"요즘 사업은 어떠십니까?"
친하게 지내는 형님에게 여쭤봤습니다.
-개점휴업이라네....
요즘처럼 불경기가 심각하다 보면 사실 의례적으로
물어보는 인삿말 조차도 조심스럽기 일쑤입니다.
진심으로 반가워서 건네는 말 한 마디 조차도 괜스레
비꼬는 것으로 들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해코지하는
게 아닌가 하여 실눈을 뜨고 보는 게 다반사이니
말입니다.
내몸이 힘들다 보니 친구도 모두 적으로 보여지고
따뜻한 인삿말 조차 나를 비웃고자 하는 날카로운
바늘처럼 여겨지니 문제는 문제입니다.
조심스레 어떤 분께서 이렇게 조언하십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몸을 바짝 낮춰서 힘든 시기를
벗어나야 하느니..."
일단 내게 닥친 어려움을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
피하고 보자는 이야기일 겝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그렇지만 이런 움직임 하나
하나가 결국은 자기 자신의 운신을 힘들게 만들고
더욱이 후일에는 더욱 옥좨오는 불편함이 될진대
어쩌는 게 좋겠습니까? 허허...
한 이십 년 전쯤의 이야기입니다.
뉴욕에서 그리 멀잖은 뉴저지 하켄섹에 가면 프레스티
지 레코드라는 회사의 스튜디오가 있었습니다.
피곤함에 절어서 지낸 일 주일의 수고를 잊기 위해
잠을 청하기 보다는 일부러라도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는 생각에 오랜 시간의 드라이빙을 마다않고
달려가기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매주 금요일
마다 그곳에서는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한가닥한다는
재즈 연주자들이 혹시나 굳어졌을지도 감각을 되찾기
위해 세션 연주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만
해도 미국이 참으로 힘들다고 하던 때였습니다.
운이 좋은 날에는 마일즈 데이비스가 오기도 하고
때로는 뉴욕의 허름한 재즈클럽에서 조차 얼굴을
볼 수 없는 무명 연주자가 자리를 채우기도 합니다.
물론 이 스튜디오에 들어온 이상은 똑같은 세션맨일
뿐입니다. 그저 악보에 씌어진 곡에 담긴 아름다움을
스스로의 재능껏 표현해주면 되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통된 예술의 목표를
함께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무척 힘든 나날이 닥쳤을 때 살아남는 방법이 몸을
바짝 땅바닥에 붙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상
가장 적극적인 대응방식은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타개책을 찾고 합심하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지금도 하켄섹의 스튜디오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어려움을 느끼는 연주자들이 모여 기쁨의 세례를
받으며 세션의 열기가 여전한 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마음가짐의 진실은 세월이 가도 한결
같으리라 여겨집니다.
오늘 들려드릴 곡은 프레스티지 레코딩 스튜디오의
금요일 세션 중 하나로 아주 유명했던 Gene Ammons의
연주 Can't We Be Fiends를 골라봤습니다.
물론 이 곡이 담긴 'Happy Blues'라는 세션 앨범은
후일 섹스텟 연주의 교과서처럼 불리기도 했습니다.
Paul James와 Kay Swift가 만든 이 곡에서 진
아몬스는 나머지 다섯명의 연주자들과 말 그대로
세션이라는 단어가 갖는 흥겨움과 혼연일체의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Gene Ammons의 색소폰, Art Farmer의 트럼펫,
Jackie McLean의 앨토 색소폰, Duke Jordan의
피아노, Addison Farmer의 베이스, Art Taylor의
드럼,Candido의 콩가연주가 일품입니다.
요즘처럼 힘든 시절에 여섯명의 연주자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뭔가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면
즐겁지 않습니까? 어려울수록 서로에게 의지하는
나날되시라고 한 곡 들려드립니다.
즐거운 일요일 오후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