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꿩 대신 닭   17-12-26
글쓴이 이덕은   115 hit
 


겨울비가 추적이는 성탄 전날, 유명하다는 내장탕을 먹으러 일부러 경의선 공원을 따라 걷고

아점의 유혹으로 뱃속이 출출해질 즈음 본격적으로 식당을 찾아 나섰습니다.



용산에 있다는 <일등 내장탕>은 효창공원역에서 용문시장 네거리 부근에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보니 내장의 형체를 알 수 있게 썰어 넣어 더욱 원초 본능을 자극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찾아가니 아쉽게도 몇 년 전 문을 닫았다네요.

그건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런 노포가 맥을 잊지 못하고 문을 닫다니요?



정말 난감합니다. 모처럼 맘을 먹고 생전 와보지도 못한 동네까지 찾아왔는데 폐업이라니요?

곁에 있는 용문전통시장은 다행히 재래시장 맛이 나 골목을 따라 내려갑니다.

순대국집이야 하나 있겠지요.

그런데 작은 골목으로부터 강한 포스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낍니다.



오오~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노포입니다.

입맛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기대됩니다. "여기 하나하고 빨간 것도!"



겉절이 비슷한 배추김치와 깍두기와 함께 대령한 선지 해장국입니다.

팔팔 끓어 넘친 국물의 흔적이 입맛을 다시게 만듭니다. 그런데 국물이 맑지 않습니다.

마치 무국에 소고기 육즙이 국물로 흘러나와 익으면서 단백질 입자가 떠있듯이.



제가 집에서 선지국을 해 먹으면 일단 들통에 선지를 넣고 흐르는 물에 씻은 후

한번 끓입니다. 그러면 핏물로 거품이 생깁니다. 일단 물과 거품을 버리고

한입에 맞도록 잘라 속까지 익도록 다시 끓입니다. 그런 다음 선지를 쓰지요.



양지, 고사리, 콩나물을 양념해 칼칼한 국을 만들고 손질한 선지를 넣으면

국물이 탁해지는 걸 줄일 수 있습니다. 잡내도 줄고요. 



옆 자리 부부가 손으로 들고 맛있게 뜯던 고기가 푸짐하게 붙어 있던 커다란 뼈다귀가

나의 뚝배기에도 들어 있습니다.



머리에 각인된 그 영상을 되새김하며 일단 뼈다귀에 붙은 괴기를 안주 삼아 들고 밥을 맙니다.

다대기와 부드러운 배추 우거지가 어우러져 깔깔한 목구멍을 타고 내려갑니다.



주방을 흘깃 보니 후라이 하나에 5백원이랍니다. 밥집의 프라이 빠지면 섭섭하지요.



건더기를 저인망으로 훑듯이 먹습니다. 꿩대신 닭이라더니 바로 그 격입니다.

마침 집에 딸네가 드른다 해서 사갔는데 음식은 역시 현장에서 분위기와 함께 먹는 겁니다.

김이 오르는 매운탕을 앞에 놓고 유리창에 흐르는 빗물을 보며 스산한 마음을 달래 보려던 걸

걸쭉한 해장국이 자리를 대신합니다. 이것도 크리스마스 선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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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이덕은 17-12-26 10:58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게 어디 한 두 가지겠습니까마는
해장국도 옛날엔 기름지고 느끼한 게 대세더니
이제는 깔끔한 황태해장국이나 콩나물 해장국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장을 잘게 썰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하질 않고
썩썩 썰어 내장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들어 나 나 같은 사람의 본능을 자극해
그걸 먹으러 일부러 찾아 갔더니 폐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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