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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새 차 뽑은지 딱 두달 되는날인데
흑흑흑...T.T
차를 받혀버렸다.
주차장에 차를 넣는데
난데 없는 오토바이가 날아와서
옆구리를 갖다 박아 버렸다.
얼마나 조심 조심 아껴서 운전해왔었는데...
허망, 허탈...인생 무상...!
내려서 보니
스쿠터로 떡집에서 아르바이트 배달을 하는
20대 초반의 앳된 청년이다.
당황한 청년은 벗겨진 정강이만 매만지고 있고...
다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조금 벗겨진 정도라 괜찮단다.
스쿠터에 된통으로 받힌 차는
옆구리에 흉한 상처가 났다.
청년에게 명함을 주며
혹시 문제가 생기면 연락하라고 하고
그냥 가라고 했지만
속이 쓰리다.
처음부터 청년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이 상처를 어쩐단 말인가...!
되돌아보면
나는 공들여 장만한 물건을
정말 많이 아끼는 편이다.
어렵게 자란 이력 때문이리라.
대학 때 산악부 생활을 하며 아르바이트로 어렵사리 장만했던 장비들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
그것들은 아직도 성능이 쌩쌩하다.
그 시절 정말 가지고 싶었던 것은
서점의 서가에 가득 꽂힌 책들과
음반 가게에 빼곡이 꽂혀있는 LP들,
반짝 반짝 빛나는 프랑스, 독일제 등반 장비들이었다.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돈을 모으면
몇 번씩으나 눈으로 매만져온 그것들을 사서는
정말 눈에 넣어도 따갑지 않을 양 애지중지했다.
이 때부터
돈이 없어서 싼 것만 사서 쓴다는 자격지심이 싫어서
물건을 구매하는 원칙이
'제대로 된 물건을 사서 오래 쓰자' 로 굳어 졌었다.
이 신조는 이제 어른이 되고
오디오를 알게 된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일곱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대학 졸업 때 까지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학비를 대부분 장학금으로 메꿔야 했으니
공부에 대한 압박감도 말할 수 없었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제대로 된, 정말이지 반듯한 책상 하나가 없었다.
(다른 건 세월이 지나 다 잊혀졌는데
책을 유달리 좋아했던 내게
이것은 아직도 정말 큰 한(恨)으로 남아 있다.)
늘 너무 가난해서
내가 가난하다는 사실 조차 느낄 겨를이 없었다.
세상에 이리 저리 부대끼며 사는 것이 얼마나 힘겨웠던지
둘째 아이를 낳아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온 날에는
잠든 아이들 머리맡에 앉아
내가 거지가 되더라도
너희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책임지고 키우겠노라고,
어린 너희를 두고
훌쩍 세상을 떠나는 무책임한 짓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었는데...
10여년전
사업에 실패하고 처지가 어려워졌을 때 일이다.
컴퓨터 사업을 폐업하기로 하고
직원들에게 남은 급여를 정산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아내, 아이들과 해운대 동백섬을 갔는데
정상의 최치원 선생 동상에 이르자
아이들이 과자를 사달라고 졸랐다.
가게에 들어가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고르라고 했는데
계산을 해주려고 주머니를 뒤지니
돈이 모자랐다.
아이들은 과자를 1800 원어치를 골랐는데
내 주머니에는 1200원 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달래서 과자를 돈에 맞게 돌려주고
얼른 계산을 하고는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서럽게 울었었다.
그 때 들었던 가장 큰 절망은
사업을 실패해서 좌절스럽다거나
갚아야할 돈이 1억 2천이니 월급쟁이로는 어렵게 됐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프게 겪어야 했던 가난의 목마른 고통을
아이들에게도 떠 안기게 된 무능한 아비'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당장 다음날 통장을 탈탈 털어 나온 8만여원의 돈으로
근교의 놀이터 통도 환타지아로 가서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놀이 기구를 타게 하고
다음 주부터 대입 학원의 수학 선생으로 새출발을 했었는데...
.........
낡은 스쿠터의 깨어진 백미러를 매만지며
낯을 붉히고 서 있던 청년에게서
젊은 시절 곤고했던 내 모습을 본 것은
지나친 자의식 탓일까.
그와 함께...
청년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도
내가 아끼던,
너무도 아끼던 차가 중고가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아프게 다가왔다.
아...내 차는,
나의 새차는
이제 중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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