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워낙 추었고 기온이 내려 갔으니
소양강에도 얼음이 얼었고 물의 수량이 줄어드니
그 두껍게 언 얼음도 자체의 무게 때문에 내려 앉아서
마치 거대하고 투명한 빙하가 깨어져 흘러 내리는 것 같다.
빙하라하면 고대때부터 오랜시간에 걸처 내린 눈이
켜켜이 덧쌓여서 거대한 얼음으로 변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겨우내 얼은 두꺼운 얼음이 나의 눈에는 빙하로 보인다.
여름에 고였던 물이 2미터도 넘게 빠지니
얼음이 바위벽에 단단하게 얼어 붙었다가 깨어지니
덜 떨어진 부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마치 태고적의 흔적같이 보인다.
현재도 깨어지고 있는 부분에는 하얗게 금이 가고 있다.
얼음위에 살짝 쌓였던 눈이 바람에 녹으니
마치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 툰드라 지역의 겨울 삼림숲 같이 보인다.
경사가 심한 흙벽에 붙었던 얼음이 녹으며
흙도 함께 붙어서 떨어지는걸 침식이라 하던가?
영겁의 세월이 흐르면 이 강벽도 모두 허물어져서 평지가 될 것 같다.
바위벽에 붙었던 얼음이 녹으며 고드름이 맺혔다.
태초에 생성된 깨어진 빙하의 색감이 그대로 표출된 것 같다.
얼음이 어는 것도 에너지가 들어가고 녹는데도 에너지가 생성된다.
스웨덴의 어느 도시에 겨우내 내린 눈을 모아
외곽에다 큰 구덩이를 파서 도심에서 치운 눈을 한곳에다 모아놓고
뜨거운 한여름에 냉방 에너지로 사용하는걸 보았는데 이 얼음도
그냥 녹아버리게 두지 말고 한곳에 모으면 냉방 에너지로 사용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요즘이 농한기이니 노느니 놀이삼아 운동삼아
이 언덕의 중턱쯤에 큰 굴을 파고 얼음을 모아 넣을 석빙고를 만들어
한여름에 천연 얼음으로 냉방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아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든다.
무너진 얼음이 녹다가 얼어서 투명해졌고
자갈이 붙어 있어서 무슨 형상을 이루었다.
눈위에 올라온 얼음에
바람이 추상 크리스탈 조각품을 만들어 놓았다.
수달의 발자욱이 있어서 따라가 보았더니 변도 있다.
이 녀석들이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간다니 놀랍고
아직도 수달이 살아갈수 있게 자연이 살아있다는데 기분이 좋아진다.
도심에 내린 눈을 치워 쌓아 놓은 걸을 보면
매연이 내려 앉아 어느 곳이든 쓰레기와 뒤엉킨
시커먼 오물덩어리로 변해서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상쾌한 공기가 페부 깊숙히 스며드니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고 투명하게 맑은 얼음덩이를 보니
마치 내가 극지방 어디메쯤에 와서 산책을 하고 있는 듯하다.
흰곰과 팽귄이 없어서 섭섭하지만...
소양강의 빙하도 이런 겨울이 아니면 구경을 할 수가 없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