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같은 가게에 앉아 있으니 밖에는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모른다.어제는 많은 비가 내린 게 확실한 모양이다.새벽에 안개가 좋아서 왕숙천에 오니갈대가 비에 쓸려서 모두 넘어져 있고 많은 쓰레기가 떠내려와 걸려있다.갈매양묘장으로 오니 벌써 출근해 계신 원장님께서모자를 벗고 깍듯이 인사를 하며 반겨 주시니 기분이 좋다.예전에는 누구나 모자를 벗고서 인사를 해야공손하다고 여겼는데 요즘은 모자를 벗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다.나보다 한참 연배이신 대머리 원장님께서 뵐때마다 항상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니 많이 미안하다.ㅋㅋㅋ루드베키아 꽃이 한창이고 이곳의 도로에도 자갈이 많이 쓸려 내려와서 할 일이 태산이라 걱정을 하고 계신다.많은 비가 내렸으니 벌래들이 굶주렸을게다.이 물래나물꽃에는 꿀과 꽃가루가 많은지 많은 벌래들이 모여든다.꿀벌들이 먹이 물어다 나르기에 바쁘고...짚으로 만든 원두막 지붕에는 아주 작은 버섯이 많이도 돋았다.아직도 익을 시기가 아닌데 벌래의 피해를 입은 오얏이 많이도 떨어졌다.요즘 같은 때에 오얏나무 밑을 지나 갈려면 갓을 고처 쓰지 않아도 망설여지고 마음이 껍껍하다.밭을 갈아 놓고 곡식을 심지 않으니 메꽃이 무성하게 자라 꽃을 피웠다.바위 틈새에 자란 바랭이풀은 비가 왔으니 전성기를 맞았다.이 녀석은 몹시 외로웠는지 처음 보는 나를 무척 반겨주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좋아한다.오늘 같은날 이런 녀석이 반갑다고 안기면 옷을 버리니 가가이 오지 말라 야단을 처도 막무가내다.성견이 된 것 같지만 까부는 걸 보니 어린 녀석이 틀림없다.차에 올라 밖으로 나오며 백미러를 보니 한참 따라 오다가 멈추어서 처다보고 있는 걸 보니 전생에 인연이 있었나 보다.푸른동산으로 왔다.꽃들이 비에 젖어 화사함을 뽐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배추흰나비는 발이 여섯개가 아니던가?까치수염꽃에 붙어 있는 녀석의 발은 네개밖에 없다.물레나물이 오늘 개화를 했는지 수술이 이뿌고 등애 몇마리가 독점하고 있다.조금후면 더 많은 곤충들이 몰려 올텐데....왜? 물레나물인가 했더니 꽃의 모양새가물레 돌아가는 것 같이 생겨서 그런 게 아닌가 짐작해 보고...쪼매 엉터리지만...이뿐 표범나비 한마리가 좋은 모델이 되어 주고 어디론가 날아갔다.하늘말나리가 곱게도 피었다.이런날 빛이 좋았으면 더욱 화사할텐데...동네 한바뀌 휘휘 돌아보니 땀이 비오듯하고...오늘부터는 날이 맑아진다니 다행이고비를 흠뻑 머금은 산하에 생기가 넘치겠다.요즘 친구가 선물로 준 노자책을 읽고 있는데 의문스럽던게 시원스럽게 풀리고 마음에 와닿는 얘기가 많아서 좋다.생이불유[生而不有]란 말이 있다."천지와 자연은 만물을 활동하게 하고도 그 노고를 사양하지 않으며 만물을 생육하게 하고도 소유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란다.세상의 모든 부모가 자신이 낳은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엄밀히 생각해 보면 자신이 만든 것도 아니고 자신이 낳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자신이 낳고 만들 수 있다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자녀를 만들어야 한다.예쁘고 늘씬하게 생긴 여식을 낳고 싶고 훤칠하게 잘 생기고 명석한 남아를 만들고 싶지만 모든게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고 모든 자식들이 생김새도 틀리고생각도 모두가 제각각이고 부모의 생각에 반하는 게 더 많기도 하다.모든 자녀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졌고 자연이 낳았기 때문에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다.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우격다짐으로 자신의 뜻에 따르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이런 쓸데없는 소유욕으로 인하여 집착과 고통이 생겨난다.남보다 공부를 잘 해야 하고, 더 좋은 학교에 가야하고,더 빨리 승진을 해야 하고, 더 많은 재산을 가져야만 한다.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언제나 남이 나보다 더 잘났고 나보다 재산이 많고나보다 더 건강하고 나보다 멋있게 살아가는 것 같이 보인다.내 자식은 없고 그저 자연적으로 생겨났으며 자녀에게 바라는 바가 작으면 만사가 형통할텐데...내 뱃속에서 나온 자식이라고 소유하려 들지 말고 자식이 바라는대로 자식들의 좋은 거름으로만 존재해야 할 것 같다.세상사 모두 생이불유[生而不有]다.나로 인해 생겨났지만 내 것이 아니다.이렇게 적어 놓고도... 두 놀부시키들이...또 내 생각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야단치고 혼내 줄 것 같다.아는 것과 행동은 제각각인 나도 참으로 한심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낼은 정기휴무일인데 오데로 갈까나?오라는 곳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으나...일금 2만5천원이면 설악산에 댕겨오고 저녁도 얻어 먹을 수가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