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생물들의 소멸 과정   18-08-22
글쓴이 고태환   61 hit
 


세상의 모든 생명은 태어났다하면 죽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 났고 모두 흔적도 없이 소멸하고 만다.

나와 마주치는 수많은 생명들이 모두
어떻게 먹이를 구하고 살아가는지가 항상 궁금했었다.

오랫만에 휴무일을 맞아
경기도 포천에 있는 평강식물원에 왔다.

비도 오랫만에 오니 반갑긴 하다만 이런 휴무일에 올 게 뭐람.

평일이고 비가 내리니 드넓은 식물원은
오롯이 내 혼자만의 것이 되었고 우산을 쓰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음악삼아 들으며 아주 천천히
걸으니 이 또한 신선이 된 느낌이고 호젖해서 너무 좋다.

















산수국 잎사귀에 매미한마리 붙어서 
내리는 빗방울을 흠벅 맞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이 녀석도 제법 낭만을 아는 기특한 눔이라 여겼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갈 생각이 전혀 없는 듯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죽은 녀석이다.
옛날에 도를 이룬 고승이 가부좌를 튼채
열반을 했다는 얘기를 책에서 읽었다만 이 녀석도
도를 이루었고 풀잎에 붙어서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 열반을 했구나.

우리가 미물이라 일컽는 벌거지 조차 도를 이루는구나.ㅋㅋㅋ




























그런데!!! 이 뭤꼬?
뱀허물쌍살벌이 매미의 꽁무니 붙어 있다가
입에 무얼 잔뜩 물고 매미의 머리위를 배회하다가 날아가는 게 아닌가?

이런 해괴한 일도 다 있다며
매미의 뒤로 돌아가니 또 벌이 날아와서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제야 벌이 물고가던 먹이의 실체가 밝혀졌고 의문이 풀렸다.

이 죽은 매미의 시신을 가족의 먹이로 삼고 있는 것이다.

여름 내내 그렇게 짝을 찾아 애절하게 울어대던
매미들의 주검이 이렇게 다른 생명의 먹이로 이용되고
이걸 물고 가던 벌이 죽으면  이 또한 다른 생명의 먹이로 되고....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서 지켜보니
이 녀석들이 매미의 꽁무니를 뚫고 들어가서
아예 아기발들에게 먹이기 편하게 경단을 만들어서 나오고 있다.

시간이 지나니더 깊이 들어가서 살점을
물어내 와야 하니 꽁무니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어는 한생명의 주검은 또 다른 생명에게 좋은 양식이 된다.

쌍살벌이 남긴 매미의 껍데기나 날개는
바닥의 개미들 차지가 되어 겨우내 양식으로 이용될테고...

인간들은 오염물질인 플라스틱을
아무곳에나 버려 지구를 오염시켜 망처 놓지만
자연은 허투로 버려지는 게 없고 재순환을 거듭한다.











노자 영감이 그랬던가?

"내가 죽거든 내 시신을 아무 곳에나 버려도 좋다.

바다에 버리면 물고기가 뜯어 먹을테고
땅위에 버리면 뭇벌레들의 양식이 될터이니
누구도 슬퍼하지 말고 아무곳에나 버려도 문제가 없느니라."

이 매미의 시신과 벌들이 추해 보이지 않았고
이러한 생을 마치고 마침내 소멸되어 간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무엇이나 소멸되지 않는 것은 없으며
인간들이 죽어도 이와 조금도 다름이 없을 것 같다.

한편의 드라마를 본듯한 아침이다.


이곳은 평강 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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