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말에 관한 추억
손발에 땀이 많이 난다. 그래서 괴로울 때도 있다.
마우스를 쥐고 있다가 놓으면 마우스에 물기가 보일 정도로 땀이 많이 나기도 한다.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쥔다. 그래도 손은 자주 씻으면 되나 발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하루 종일 구두를 신고 있다가 벗으면 냄새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난다.
그 상태로 손님 집엘 가야할 때도 있다.
오래 전에 어느 한의원 원장님 댁에 갔었다. 계절이 일월이라 제법 쌀쌀한 때였다.
이것저것 일을 보는데 사모님께서 냄새에 도취되셔서 도저히 참기 어려워 창문을 활짝
다 열어 놓으셨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사모님 냄새가 너무 나서 죄송합니다.”
사모님께선 그저 웃으시며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지만 발도 잘 씻지 않고 다니는 게으른,
더러운 놈 같은 생각이 들어서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나왔던 것 같다. 이렇게 발 냄새가
많이 나면 양말을 두 켤레 정도 가져다니다가 필요할 때 신으면 될 것을........
나중에 원장님 만나서 그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
“젊음의 증거야. 괜찮아. 괜찮아. 우리는 이제 손에 땀이 나지 않아 책도 못 넘겨.”
손에 땀이 나지 않을 땐 책 넘기기조차 힘이 든다. 젊음을 이해해 주시는 고마우신
말씀이시다. 당시를 생각하면 한편으론 미안하고 또 한편으론 고맙다.
어느 손님의 집에 갔었는데 양말이 뚫려서 감자가 나왔다. 엄지발가락이 손톱만큼
나왔다. 아무리 집어넣어도 나오고 또 나오고. 발가락은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어찌나 창피하던지 일을 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감자는 자꾸 고개를 내밀고.......
일을 다 마치고 나오는데 사모님께서 쇼핑백을 내밀면서 가져가라고 뭘 주신다. 나와서
보니 양말 한 켤레가 들어 있다. 아무 말 없이 건네주신 고마운 정성을, 또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때는 얼마나 창피하던지........
양말이 펑크가 났으면 얼른 한 켤레 사 신으면 될 걸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오디오를 하는 분들의 사모님들은 다 마음이 따뜻하고 아름다운가 보다.
요사이 젊은 사람들은 양말을 잘 신지 않던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맨발이
보기가 좋지 않다. 꼭 신기를 바란다. 그래야 이렇게 얘기꺼리라도 생기지 않는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