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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를 만나고 헤어지고
선후배라는 인맥을 형성하기도 한다. 또한 사회에 나와서 친구를 사귀고 선배나 후배 등등
만나면서 나름대로 그 사람들과 관계를 영위하게 된다.
형님한테 오디오를 배워서 서초동에 구멍가게를 개업한 지 어언 7년. 그 사이 여러 손님
들과 많은 거래를 하면서 구멍가게이지만 나름대로 유지해 오고 있다.
IMF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난 이듬해 98년 9월 중순부터 한 달 가량은 너무도
바쁜 나날이었다. 이렇게만 장사가 잘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당시에 같이 일하던
이 대연 과장은 아주 성실하고 친절한 직원으로 손님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게 되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 과장은 이런 일은 나중에까지
할 마음이 없다는 뜻을 피력하고 마음에 드는 일을 찾아서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이 과장 떠난 후 닭 쫒던 개 신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새로이 직원을 구하여 일을
가르치는데 힘이 들었다. 손발이 잘 맞아갈 즈음, 그래서 서로 편하게 일을 할 즈음 그만두
어 아쉬움도 크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새로이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든 일인지 모르겠다. 은행 심부름을 시키려면 위치부터 가르쳐야 했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체로 큰 조직체에서 일 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라
직업의식이 뚜렷하지 않다. 잘 가르쳐 놓아도 조그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출근하지 않고
또 봉급 받으면 온다간다는 말도 없이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일을 아무리 잘
하려해도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손님을 상대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물건을 더 잘
세팅하여 만족을 시켜 드릴까 하는 문제는 뒷전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소개로 최 창석 과장이 들어왔다. 눈도 작고, 키도 그다지 크지 않은 사람이라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왜냐하면 덩치가 커야 힘쓰는 일을 잘 하기 때문)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던 시절이라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되지 못해 같이 근무하기로 하였다.
초보자라 일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손님들과 상담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주 유연하지는
않지만 곧잘 상담을 하고 영업도 한다. 운전도 잘 하여 물건 들고 나가 세팅도 잘 해준다.
내가 배우던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 대비가 된다. 오디오의 ‘오’ 자도 모르고 더구나 지리도
몰라 꼭 동행이 필요했던 나의 초년병 시절과 비교하면 최 과장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학교 다닐 때 출석을 부른다. 성실성을 강조하는 교육이다. 최 과장은 언제나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청소도 깨끗이 해 놓는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듣는다.
“직원을 참 잘 구했어.”
부모된 입장에서 자식이 칭찬을 들으면 기분 좋듯이 직원이 잘 한다는 얘기 들어서 나쁠
사람 아무도 없다.
야구 감독 중에서 이 광환 감독이라고 ‘자율 야구’를 많이 강조하는 분이 있었다. 프로는
스스로 알아서 하고 책임도 스스로 지는 걸 강조하는 분이다. 최 과장한테 항상 말하길
“내가 시켜서 하면 잔소리일 뿐이니 알아서 일을 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서툰 모습이
있었지만 이제는 일을 찾아서 한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걱정도 많이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참으로 대견스러워 보인다.
최 과장도 나처럼 어려운 집에서 자라 부유하지는 않지만 마음은 부자이다. 미래를
위해서 저축도 하고 알뜰하게 산다. 또한 무지하게 효자다. 저녁 약속이라도 있으면
어머님께 꼭 전화를 드린다. 집안에 잘해야 남에게도 잘 할 수 있다는 나의 믿음에
꼭 맞는 행동을 하여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다. 언제든 건강하고......
그런데 최 과장에게 문제가 있다. 이 글을 보신 분들 중에서 신경을 써 주셨으면 한다.
나이는 꽉 찼는데 결혼을 아직 하지 않았다.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하루 속히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최 과장은
결혼하려고 벌써 집도 장만해 놓았는데 아마도 마음에 드는 정인을 못 만난 것 같다.
올해는 넘기지 말기를 기대해 본다.
“최 과장 빨리 국수 줘래이. 국수 주면 진급시켜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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