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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오디오는 마약이다.
담배를 처음 피워본 건 고 3 때이다. 일요일에 공부한다고 개방한 교실에서 처음 피워
보았다. 그 때 담배를 피우는 같은 반에 있는 권 두호라는 녀석이 한 대 권해서 무심코
받아 피워보고 30 여분 지나서 이젠 내가 달라고 해서 한 대 더 피웠었다. 잠시 후에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다시는 피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고등
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재수를 하면서 힘들고 괴로운 시기를 참지 못하고 담배를 배우게 되었
다. 처음엔 부모님께서 모르셨지만 가방에서 빈 도시락을 꺼내 설거지하던 누나한테 걸려서
되게 혼나고 부모님한테 일러서 다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버님께선 아무 말씀이 없으
셨다. 어머님은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집에 돌아갈 때 주머니 속에 담배가 두둑하면 내 마음
도 언제나 든든했다. 담배만 있으면 그렇게 좋았고 마음이 꽉 찬 듯 했다. 담배가 떨어진
날엔, 담배 값이 없을 땐 친구들한테 많이 얻어 피우기도 했다. 그러다 묘안이 떠올랐다.
당시 일호선 밖에 없던 지하철 플랫폼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담배를 막 물었는데 차
가 오면 꽁초 버리는 모래톱에 그냥 끈다. 그걸 주워 모아서 입을 댄 부분에 휴지를 대고
피우면 돈도 안들고 좋겠다고 했더니 친구가 잔뜩 주워와 같이 피운 적이 있었다. 마약처럼
참지 못하고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까지 피워 보았다.
군대를 다녀와서도 여전히 담배를 피웠다. 그러나 생각이 아버님을 떠올리게 했다. ‘천하를
삼켜도 될 27살의 나이에 환갑 넘은 노인한테 담배 값까지 용돈으로 타 써서 되겠나? ‘ 는
생각이다. ‘젊은 놈은 팽팽 놀면서 돈을 타 써는데 담배 값까지.... ’라는 생각이 들자 이렇
게 살아서는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 끊자.
지금 생각해 보면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 그래야 주변을 돌아볼 줄 알고 사고의
폭도 넓힐 수 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리라. 그래
서 담배를 끊었다.
지금은 다시 담배를 피운다. 몇 번이고 끊었다가 다시 피우고 또 끊고.... 또다시 끊기를 시
도해 볼 것이다. 오래 살기보다는 사는 동안은 건강하게 살고 갈 때 남에게 피해를 덜 주기
위해서이다.
오디오를 하는 사람들 중엔 오디오를 마약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건 담배처럼 해악이 그렇
게 많지는 않다. 금전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이런 문제로 인하여 집안에 불화를 조장할 수
도 있고, 바꿈질을 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다. 그래도 행복한 고민
이라면 과장된 표현일는지 모르겠으나 살면서 이런 고민쯤은 하나정도 있어야 하고, 이걸
통해서 삶의 폭이 넓어지고 행복의 지수가 높아진다면 오디오를 하는 목적은 이루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무엇이든지 과해서 좋은 것은 없다. 오디오도 과하면 분명히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너무 과하지 않게 절제하면서 나름대로 좋은 과정과 결과를 얻길 오디오를 하는 모든
분들께 빌어 본다. 그래야만 오디오를 통해서 서로가 같이 좋을 수도 있고 머언 먼 둿
날 돌아보았을 때 ‘그 때가 좋았지’라는 추억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디오 마니아들을 보면 나는 어떤 걸로 저렇게 재미나게 살 수 있을까도 생각해 보았다.
살면서 정열을 받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아 보이든지. 이걸 업(業)으로 하다보니 남들
만큼 재미가 없다. 그러나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취미다. 제일 많이 아는 것이 오디오이
기 때문이다. 오디오를 하면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절제하지 못하고 마구 할는지 모르겠으나
행복의 지수는 높아지지 않을까 한다. 마약처럼만 하지 말자.
또 쓸 데 없는 얘기가 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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