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기행
유 홍준 교수님의 '우리 문화 유산 답사기'와 최 순우 선생님의 '무량 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란 책을 읽고 갑자기 우리 문화가 좋아졌다.아니
그보다는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그래서 지난 여름 애들과 마누라를
이끌고 경주여행에 나섰다.
역시 밤에 나섰다.쉬는 날이 많지 않아서 잠깐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함이다.
우리나라 일출 중에 토함산 일출을 몇 손가락 안에 꼽는다.그 일출을 보기 위해
차를 석굴암 주차장에 세우고 잠을 청했다.새벽 2시경에 도착하여 잠을 청하나
차에서 자 본 적이 없어서 잠이 잘 오지 않는데 주변엔 아무도 없어 더욱 을씨년
스럽다.한 시간 가량 잤을까 갑자기 문이 열린다. 알지도 못하는 두 여인이 안으로
들어온다.이게 꿈인가 생시인가?아무리 생각해도 꿈은 아닌데 처음보는 여자가
그것도 쌍으로 들어온다.이게 왠 떡인가하고 좋아해야 하나?아니면 귀신인가하고
겁을 내야하나? 도무지 모르겠다.그런데 밖에서 꿈깨는 소리가 들린다."여보 아무 것도
아니야"마누라 말한다.나중에 얘기하는데 그 사람들도 일출 구경차 올라왔는데
밤공기가 너무 차가와 떨고 있길래 우리차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단다.그러면 그렇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는 아닐테고 더구나 마누라가 보내줄 리가 있겠어? 부처님을
코 앞에 두고 이 무슨 벼락맞을 생각인가?
4시경에 일어나 토함산을 올랐다.평상시와 다르게 큰 딸이 아무 말없이 산을 잘 오른다.
올라 일출을 기다리는데 석굴암은 어디냐고 한다.차 세워둔 데라고 하니 성질을 낸다.
석굴암이 토함산 정상에 있는 줄 알고 제일 먼저 올랐다고 한다.그렇게 오르기 싫은
산도 어떤 다른 마음으로 오르니 쉽지 않니?마음에 따라 같은 일도 달리 보인단다.
옛날 원효대사가 갈증에 마신 꿀맛같은 물을 알고나서는 구역질을 하면서 대오각성한
것처럼 산을 오르는 것도 마음먹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원효의 진리를 진리의
산인 토함산에서 "혜미야 깨달았느냐?"
아무리 기다려도 붉은 태양은 보이지 않고 아침 안개인지 구름인지만 둥둥 떠다닌다.
해가 많이 떠오른 시각쯤 되어서 내려와 석굴암 정문에 이르니 그제야 남들이 다 보고간
일출이 잘 보인다.괜히 헛걸음했네.혜미야 너의 불만이 맞다.혜미야 깨닫지 않아도 된다.
네가 벌써 깨달으면 이 애비 어떻게 살라고?벌써 깨달아 머리 깍고 덤비면 네 애미는
어떻하라고?
석굴암을 보았다.나라가 가난하면 우리의 문화도,우리의 그 귀중한 보물들도 못 지킨다.
잘 먹고 잘 살아야한다.조선 말 폐허가 되다시피 한 석굴암을 일제 때 일본의 젊은
건축기사가 측량하고 조사하여 일제가 중건(말이 중건이지 다 망가뜨렸다.)을 하였으나
김 대성의 설계와는 달라 이슬이 맺힌다.아직도 그 기사의 측량만큼 정확한 조사가 없으니
어찌 우리가 우리 것을 지킨다고 하겠는가? 현재 제습기로 습기를 없앤다하니 예전에
설계한 기술은 과히 불가사이인가?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의 힘과 이치를 이용함이
전자를 말하고 중성자를 논하며 우주를 말하는 요즘보다 더 낫다.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자랑과 더불어 우리 문화를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내려왔다.
불국사에 갔다.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침을 먹으러 가려는데 음식점에서 나와 안내장을
준다.아는 데가 없어 안내장대로 찾아 갔다.해장국 집이다. 아직도 채 9시가 안된
시각이지만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 중이다.음식은 기다리면 나온다.맛을 보았다.
그런데 맛이 왜 이럴까? 우리 천년의 도시에서 먹어보는 첫 숟가락이 왜 이럴까?천년도 더
전에 숯을 사용하여 조리를 하였다는 경주의 맛이 이런 것인가? 분석해 보았다.일단 매웠다.
그리고 싱겁다.맛이 우러나도록 조리시간이 알맞지 않은 것 같다.경주는 다 그렇다.
경내를 구경하고 석가탑,다보탑을 둘러보고 청운교,백운교 내려보고 올려보고 .....
우리의 문화!너무도 좋다.구경도 좋으나 금강산도 식후경.음식점을 찾았다.대릉원 앞
구로쌈밥집.이 곳은 그런대로 봐 줄 만하다.그러나 나머지는 통닭집조차 짜증스러울 정도다.
경주가 세계적인 관광지라 피부색이 같은 외국인,다른 외국인들이 많이도 보이지만 정작
음식은 그야말로 엉터리다.지나가는 길손쯤으로 그래서 두 번 다시 볼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면 오산이다.자랑스런 문화를 남겨주셔서 그 덕분에 밥을 먹고 사는 경주인들이
그 조상을 욕 먹이는 일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음식 맛이 형편없다.세계적인
관광지답게 맛도 잘 계발되어 좋은 인상 남기길 경주인들에게 기대해 본다.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고들 하는데 내가 경상도 사람이라 사실 좀 듣기 거북했으나
겪어보니 알만하다.다른 지방에 가서 잘하는 음식맛 좀 보고 음식 맛을 발전시켰으면 한다.
밥투정만 했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