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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여행(변산반도를 다녀와서)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변산반도를 다녀왔다.저녁에 출발하는 관계로 차창을
지나는 창밖 풍경은 항상 검은 색이다.시간이 왠수다.
저녁에 변산반도 내에 도착하여 적당한 곳에 숙소를 정하고 얼른 횟집으로 향했다.
그래야 쐬주라도 한 잔 할 수 있기 때문이다.애들은 재워 놓고 마누라와 호젖하게
회를 주문하여 이것저것 먹는데 어라 주인 아저씨 인심이 풍요롭다.조개를 마구 내
온다. 주문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냥 먹으란다.이런 고마운 인심이란.......
먹으면서 아침꺼리를 물으니 꼭 죽집엘 가란다.바지락죽,대합죽,무슨 죽 얘기하는데
다 조개죽이다.남자들이 좋아하는 조개(?)로 만든 죽이다.그런데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이제는 조개가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차를 타고 방파제를 달려보았다.쭉 뻗은 방파제는 고속도로만큼이나
잘 닦여져 있다. 얼마나 많은 산을 깍아서 메꾸어야 이런 지도를 바꿀만큼의 육지가
생길까? 대단한 역사(役事)이다.이런 역사가 우리 환경을 죽이고 있는 현장이라니
돈을 들여서 우리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가족을 깨워 아침을 먹기위해 차를 타고 달리면서 음식점을 두리번거리다 깨끗해보이는 집에
들어가 바지락죽을 주문하고 기다렸다.여행을 하면 눈도 즐거워야 하지만 입도 즐거워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좀 기다리니 음식이 나온다.전라도 특유의 갓김치와 젓갈 등
깔끔하게 다섯가지 반찬과 더불어 죽이 나왔다.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밥투정을 잘 하는
작은 딸은 여전히 투정이다.그런데 먹어보니 맛이 괜찮다.몇 술 더 떠보니 깊은 맛이
우러난다.작은 딸도 보기보다는 입에 맞는가보다.아니 작은 딸이 잘 먹으면 맛있는 것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오전에 내소사를 구경하였다.평일이라 내방객도 별로 많지 않아 절의 고요함이 참으로
좋다.특히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전나무 숲 황토길은 여지껏 보아왔던 절 풍경
중에서 백미로 꼽고 싶다.사진을 찍어 왔는데 찾아서 실어야겠다.
절 구경을 마치고 직소폭포를 보기위해 산을 오르는데 다른 사람들 점심을 먹네.우리는
물 한모금 준비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배고프다 목마른다 보채고...한 패거리의 등산객들이
음식을 먹다가 우리가 지나니 같이 들자고 하네.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같이 먹고
싶은 마음 굴뚝같으나 선뜻 말이 나오지 않는다.혹시 빈말일 수도 있을 수 있으니....
빈말이라도 좋다.얼마나 인정이 묻어나는 말인가?물만 얻어 먹고 더 올라가는데 가도가도
폭포는 어디가고 없고 배는 고프고 애들은 더 이상 오르지 않겠다고 시위하고....
바위에 않아 쉬는데 이런 풍광도 처음이다.산은 의례히 낮고 높은 산이 주변에 있어야 하나
바다가 보이는 산.바다는 항상 바닷가에서만 보았으나 산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또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
애들이 배고프다하여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하고 내려와 간단하게 점심을 먹자고 하여 아침에
본 플랭카드의 집으로 가 쌈밤을 먹기로 했다.그러나 전라도에선 뜻대로 되질 않는다.
얼마나 푸짐하게 나오는지 얼마나 맛깔스럽든지... 외부에 서울, 인천,경기,충청의
번호판을 단 차가 있는지 이유를 알 만하다. 호박쌈장 쌈밥집인데 젖갈부터 갖가지 반찬으로
고기 굽고 온갖가지 쌈...상다리 휜다.아무리 자제력이 강해도 이 밥상 앞에선 무기력
해진다.너무 좋다.이렇게 먹고나면 이젠 노곤해지면서 만사가 귀찮아진다.
이렇게 배 터지게 먹고는 채석강의 구경도 건성으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서울로 출발.
전라도 음식 짱이야! 짱!
PS:다음에 여행갈 땐 문수님을 대동해야지.경주맛 기행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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