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하다.
큰놀부 녀석이 맨날 같은 사진만 올린다고 하는데
벌거지도 없고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가기도 지겹고
이제는 찍을 소재가 없어져 버렸다.
집을 나서기는 했으나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우선 차에 기름을 먹이고
구리한강시민공원에 왔으나
하늘은 낮게 내려 앉아 히뿌였고
화려하던 국화꽃 무더기도 시들고 말라 비틀어져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곳에도 대대적으로 정비공사를 하고 있어서
커다란 덤프 터럭이 먼지만 휘날리며 하염없이 오간다.
다시 차를 끌고 강건너
풍경은 어떨까 하고 팔당대교를 건넜다.
강쪽에는 그럴싸한 풍경이 펼처져 있는데
길을 넓히는 공사가 한창이고
공사장을 가로 질러 갈 수도 없고...
공사가 진행되는 중간에 아카시아 나무가 자란다.
머지않아 이 나무들은 잘라져 없어질 것이다.
미사리를 지나 강하구 쪽으로 오다보니
"가래여울 마을"이란 간판이 나온다.
동네 이름이 참 이뿌다.
주위가 모두 길을 넓히는 공사장이니
동네가 깨끗하지 않지만 오래산 토박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 같아서 들어가 보았다.
행정 구역상 서울의 강동구 하일동이 맞는 모양이다.
서울이긴 하지만
아주 소외된 마을이 확실하다.
아주 높으신 구청장님께서 방문하신다 하니
환영 현수막 까지 붙여 놓은걸 보니...
당연히 구정을 돌아보고
구민들의 안위를 보살펴야 하는데도
큰 현수막이 붙어 있으니 신기하다.
이 동네에 사시던 분이 금의환향을 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강쪽으로 걸어 가며
쪼마한 동네를 한바뀌 도는데 10여분도 걸리지 않았다.
서울에 아직도 이렇게 낙후된 있는줄 몰랐다.
이곳은 구리의 맞은 편에 있고
뒤에 강이 흐리니 경관이 좋고 산책하기에 좋은 코스가 있다.
교통이 편리하니
머지 않아 잘 개발이 될 것 같고
또 땅 투기꾼들이 득실거릴 것 같다.
강둑으로 올라서니
구리 쪽의 경관이 한눈에 보이고 야경이 좋을 것 같다.
강의 중간에 섬이 생겼고
버드나무와 갈대가 어울려 이뿌게 살아가고 있다.
인구가 적고 강변에 접근이 쉽지 않으니
산책로가 잘 되어 있지만 사람이 없어서 자연이 잘 보존 되어 있을 것 같다.
다음에 이곳을 걸어 보면
새들이 말을 걸어 올 것 같고 벌거지들이 악수를 청하겠다.ㅋㅋㅋ.
달리기 하는 젊은 사람을 만났다.
인사를 하고 이 동네에 사시느냐 물어보니
고덕에 사신다고 하며 이곳이 달리기 하기에
젤로 좋다고 하며 같이 달리자고 한다.
혼자서 강둑길을 독차지 하고 있다.
돌아 나오는 길에
먹이 활동을 일찍 끝낸 비둘기들이 전깃줄에 앉아서 졸고 있다.
개발이란게 무조건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한가롭고 아늑한 강변이 있고
새들과 이뿐 벌거지들이 공존할 수 있는 곳이 더 좋지 않을까?
날씨가 좋지 않으니
기운도 빠지고 출근을 해도 별 재미가 없다.
빨리 경기가 살아나고
모든 곳에 생기가 돌아 사람들의 눈이 반짝였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