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오디오 작명론   0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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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상의
Omnibus Essay 중에서 일부 발췌(하이파이저널 37호)





작
명 론








오디오
잡지에 난데없이 작명이나 광고 얘기를 꺼내 장광설을 펼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오디오 작명에 관한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상품도 그 내용이나 외견면에서 일류제품에 근접해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생산기술이 점점 평균화되어
가고 있는 국제 추세를 고려한다면 하루속히 제품의 작명이나 광고문안까지도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먹자골’이니
‘주물럭’이니 ‘피아’따위가 횡행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저급하고 무딘 감성을 가지고는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 노력의 일환으로서 우선 우리나라
오디오관련 회사명이나 제품명의 작명 현황을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그러나 이에 앞서, 우리보다 앞서온 선진국은
과연 어떤가 한번 살펴보는 것도 의의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것들에 대해 한번 훑어보자.









-
웨스턴 일렉트릭


오디오광이라면 몽매에도 잊지 못하는 이름으로,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
회사의 제품은 많은 애호가들을 한숨짓게 하고 있다. 한번 빠져들면 헤어날 수 없는 마력이 있으며, 그 때문에 삐딱하게
쓰인 로고만 봐도 가슴이 설레인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오디오 메이커라 할 수 없겠다. 스케일 큰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한때 미국을 주름 잡았던 대기업으로서 지금 남아 있는 명품들은 그 수많은 전기 통신장비 중국이 미미한
일부에 불과한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군수품을 비롯해서 정부에 납품하는 모든 제품은 성능과 내구성이 민수용보다 뛰어나야
하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결과가 오늘날까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엄청난 생산품목에 일일이 이름을 붙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며, 군번 매기듯이 그저 숫자만으로 표시하기도 바빴을
것이다. 그 중에 91B니 744A, 300B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나중에 사람들의 간장을 녹이는 명품으로
길이 남을 줄은 만든 사람들도 몰랐을 것이며, 또 관심사도 아니었을 것이다.

결코 오디오회사라 할 수는 없었는데도 결과적으로는 그 어떤 회사보다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봐야 한다. 그들의 음향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는 벨 연구소의 그것을 포함, 오늘 날 오디오 기술의 요람이 되었다.

이들에 반해, 이후 본격적인 민간용 오디오 메이커로 출발한 회사들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은 소기업으로서, 사람이름이나
관념을 회사명이나 제품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 마란츠

본격적인 민간용 오디오의 고전인 이 회사는 음악사로 치면 바흐에 해당한다고
할까. 그러나 이 회사도 군수품으로 여러 가지 부품들을 납품하였으며, W.E.의 영향을 받았는지 모델명 표시에 숫자나
알파벳만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숫자로 모델명을 표시하는 것은, 사람 이름이나 지명 기타 고유명사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아 손쉽고, 또 전문적인 느낌도 주기 때문에 이후로도 많은 오디오 제품명이 이들의 전례를
좇고 있다.

설립자의 이름을 회사명으로 표시한 예는 마란츠 이외에도
마크 레빈슨을 위시하여 매킨토시, 젠센, 로저스, 굿맨스 기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설립자의 이름을 회사명으로
표시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만한 실력과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인명을 회사명으로 삼는 회사는 모델명을 숫자로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탄노이처럼 인명을 사용한 다음 지명
명소 등 고유명사를 사용하여 모델 구분을 표시하는 경우도 많다(예컨데 버킹엄은 왕궁이지만, 민주주의의 본산지이므로
국회를 상징하는 웨스터민스터 모델이 훨씬 위이다. 이 정도로 이 사람들은 세심하다) 그외에도 관념이나 숫자를 사용하기도
한다. 젠센, 콘라드 존슨, 제프 롤랜드 등은 회사명으로는 인명을, 모델명에는 관념이나 숫자를 사용했다.

Ar, 오디오 리서치 등의 회사명은 관념으로, 모델명은 숫자와 알파벳으로 표시하며, 일렉트릭 보이스는 회사명을 관념을,
모델명은 사람 이름 숫자 관념 등으로 표시했다. 모델명에 인명 지명 등 고유명사를 쓰면 모델의 식별이 용이해지는 이점이
있다.


역사가 짧은 회사들은 관념을 사용해서 회사명을 작명하는
케이스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같다. 인명으로 표시한 기존회사가 많은데다 이들과 이름으로 정명 승부를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지신들의 포부나 제품의 장점을 함축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작명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케이스라 하겠다. 제품의 품질은 나무랄 데 없는데 회사명이나 특히 모델명이 시원찮아서 판매에
영향을 받는 예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이 같은 작명방식은 우리가 특별히 눈여겨 봐두어야 할 가지가 있다.
왜냐하면 언젠가의 수출에 대비한 우리 제품의 작명은 거의 이 방식대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유명사
기타 단어 중에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것이 극소수인데다 우리말을 그대로 영문표기하고 싶어도 ㅑ ㅕ ㅛ ㅠ ㅚ ㅟ 등
어중간한 것이 많이 써놓고 보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 또 ‘썅’ 같으면 흔히 ssang으로 표기하는 수가 많은데 그건
우리식 표기일뿐 외국사람들에게는 s자 뿐만이 아니라 모든 자음은 열개를 연달아 써도 발음은 한 개만 되기 때문에 그냥
‘상’이 되는 등 난관이 많다.

결국 영어를 그대로 써서 우리와 전혀 감성이 다른 그들에게 어필되어야 한다는 점에 영어 작명의 중요성과 어려움이 함께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 Musical Fidelity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제품의 대명사이다. 하이프라이스 피델리티만 치닫고 있는 세계 오디오업계에서 좋은 귀감이 되고
있는 회사이다. 평범한 것 같지만 오디오의 정곡을 찌른 작명으로 설계와 모델 작명이 모두 뛰어난 좋은 예이다. 구미에서
이 모델이 항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음질 못 지 않게 그 작명의 공이 크다고 본다. 좀 긴 듯하지만 매우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 Counterpoint

대위법, 이 회사는 등장 초기부터 Tr과 진공관의 장점을 취한, 당시 설계와 독특한 음색으로 혜성처럼 나타나서 한동안
세상을 풍미한 바 있다. 대위법이라는 기법이 없었더라면 음악은 정말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대위법과 같이 음악(오디오)에
오묘한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 작명의 동기일 것이다. 회사가 존속하고 있는지 어쩐지 모를 정도로 요즈음은 조용하지만
어쨌든 그것이 작명 탓은 아니라고 본다.


●Meridian

물론 이는 자오선, 그리니치 천문대를 의미하지만, 이 한마디 말에는 영국,오디오의 이상인 flat, 0라는 의미가
다 함축되어 있다. 제품의 명과 실이 일치하는 좋은 예이다.


●Linn

Lynn이라면 사람 이름이지만, Linn은 뭔지 모르겠다. 모를 것은 이것만이 아니고 Ittok, Asak도 있다.
Nirvana(열반, 해탈)는 산스크리트어, Valhalla는 북구의 오딘 신을 모시는 사당으로 지식과 기술의 전당을
의미한다고 하니, 턴테이블 하나에 어려운 말투성이다. 이외에도 어려운 말은 계속된다. 아니소배릭 스피커의 Isobarik은
isobaric즉 ‘등압’(等壓)을 뜻한다. 스피커의 각 유닛이 같은 공기압을 만든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전대역에
걸친 훌륭한 균형과 이음 새 없는 무서운 저음도 그런 원리에서 나오나 보다.

어려운 말을 써도 이 정도의 이유가 있다면 할 말이 없다. 어쨌든, 갑자기 알기 쉬운 말로 바꾸기도 뭣해서 계속 어렵게
나오고 있지만, 모델의 작명에 들이는 정성만은 알아줘야 한다.

가격 대비 성능도 좋아서 꾸준히 다 잘 나가고 있는 것 같다.


●Goldmund

스위스판 마크 레빈슨이라 할 수 있을 이 회사 제품은 매우 고가이지만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회사명의 출처는 뜻밖에도
H.헤세의 소설 ‘Narxiss und Goldmund’중 ‘골트문트여, 너로 인해 기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도다’
이다. 모델명 Mimesis는 모방을 뜻하는데, 이 독창적인 제품들이 모방품 이라면 진품은 언제 나올건지.


●Quicksilver

KT88을 쓴 앰프로 혜성처럼 나타났었지만 요즈음은 통 광고가 없는 걸 보면 장사가 잘 안되는 모양인가. ‘수은’.
‘극히 유동적인’이라는 뜻이지만 그게 어쨌다는 건지 종잡을 수 없다. queen 빼고는, q 로 시작되는 말치고 변변한
것 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사실은 queen마저도 별수 없다. King한테 항상 눌리니까(카드놀이에서).


●Audio Alchemy

이 회사도 저가 양질의 제품으로 데뷔시 부터 화제를 모았으나 요즈음은 활동이 뜸하다. 연금술(練金術)로 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 했듯이 오디오로 원음을 연금하는 것도 애당초 될 수 없는 일이니까.


●Sonneteer

저가 우량 제품으로 한창 구미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진회사이지만, 소네트를 읊조리듯 울리면 그게 좋은 건지 어쩐지
모르겠다. 꽤 장고 끝에 지은 듯한데 오디오에 까지 셰익스피어를 내세우다니 너무 국수주의적 작명이다. 엉터리 시인이라는
뜻도 되는 모양이다


●Vienna Acoustic

말러 스피커로 일약 유명해진 오스트리아 회사다. 음악의 나라이지만 오디오 불모지로서 헤드폰의 AKG, 턴테이블의 프로젝트가
있는 정도다. 생음악처럼 오디오로도 빈의 냄새가 나도록 해주겠다는 얘기 같다. 그러나 말러 스피커로는 말러를 듣고
모차르트를 들으려면 또 모차르트를 사라는 말인가. 말러가 모차르트 보다 월등하게 비싼 이유는 1달러짜리 지폐와 100달러짜리
지폐의 초상화의 관계와도 같은 것인가? 요즈음 유행하는, 유명작곡가나 장인들을 모델로 하는 작명의 한 예이다. 우리는
흉내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


●Sonus Faber

소리의 공방(工房). 악기를 만들어 낸다면 몰라도 오디오 메이커로서는 그렇게 좋은 이미지를 못 느끼겠다. 목 공예
값을 대폭 얹어서 엄청나게 비싸게 받는 느낌이다. 근자에는 과르네리의 상급기로 아마티를 선보여 애호가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고 한다. 첼로에서도 같은 모델명의 스피커를 내놓아 서로 박치기 하고 있고, 우리도 가세하고(가라드에다 붙인 받침대)
있는 걸 보면 아마티가 과연 좋긴 좋은 건가 보다.


●Luxman

이 유서 깊은 이름은 일본식 영어가 판치던 때에 작명 된 것이라 족보에도 없는 영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작명이지만
역사가 오래되고 제품이 좋아서 알아 주는 것 같다. 서양사람 이름일 리도 없고, 애매모호하며 조잡해서 작명으로서는
낙제급이다. 그래서 같은 조건이라면 애큐페이스를 사겠다.


●코에츠

사실 코에츠라고 발음해서는 일본에 가서도 이 바늘을 못 산다. 코오에츠라고 말해야 알아듣는다.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에
문제가 있다. 현지 발음대로 적어야지. 레이저 빔도 아닌데 왜 ‘光悅’ 이라고 명명했는지… 혹시 가문의 이름인지.
그러나, 스가노가 감기가 들면 세계의 마니아들은 몸 져 눕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니. 작명론이 끼어 들 틈이 없다.


●Totem

Totem Forest라는 신예 맹장급 스피커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무속(巫俗)으로 사람을 홀리겠다는 뜻은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묘한 작명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오디오 시스템 가운데 우뚝 서 있으면서 사람들이 우상처럼
떠받치는 것이 스피커이다. 수수께끼를 던지는 것같이 이색적이기는 하나 정석에서는 벗어났다.


이렇듯 남의 나라 얘기를 많이 해왔지만 그러면 우리는
과연 어떤가? 오늘 얘기의 핵심은 지금부터이다. 우리의 실상을 보면, 비단 오디오에 국한된 것은 아니겠지만, 품질은
놀랍게 향상되었는데 순동이, 복동이 정도의 작명이 많다. 이제 그 실례를 하나씩 살펴보겠다.


●엠퍼러

정확히 국산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좋은 음질과 우리나라 메이커의 이름으로서는 엄청난 가격표를 붙인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가 이내 단종이 되고 만 앰프와 스피커이다. 그래서 처음이자 마지막 황제가 되어버렸다.


남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손수 풍악을 울리는 황제가
오래 지탱이 될 수가 없고, 듣는 사람도 황송해서 재미가 없을 것이다. 단연 최고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일까. 그러나
그것은 듣는 사람이 판정할 문제다. 너무도 유명한 피아노협주곡 제5번…?, 마르고 닳도록 들었으며, 그래서 라디오로
들어도 되는 곡이다. 스피커를 쳐다보면 과연 당태종 초상화 같은 면모가 없는 바도 아니지만, 아파트나 자동차에도 못
붙일 무지막지하며 진부한 이름으로서 적어도 수출은 바라보기 어려운 작명이다. 모처럼 좋은 제품이 이내 단종되고 만
것은 그 작명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에스트로

‘하이파이저널’ 베스트 10에 오를 만큼 훌륭한 음질이나, 이름이 100여 만원짜리로는 너무 과하고, 또 진부하다.
너무 큰 모자를 씌웠다. 상급기가 나오면 뭐라고 명명할지 궁금하다. 또 여기서 얘기할 성질은 아니지만. 첫 제품이
나온 후 곧바로 단종 시키고, 걔량 했다고 해서 두 달여 만에 값을 대폭 인상한다고 하니 사정이 어떻든 상식 밖의
일이다. 전시품을 사 들고 올 정도로 소리는 마음에 들었지만 그와 같은 영업방식 하며 번지르르한 외관 모델명 등등이
마음에 안 들어 재미가 반감되는 기분이다. 스티커로 모델명을 가릴 작정이다.








●오너

태광은 영어로 표기하면 모양이 없다. CD기를 TCD로 표시한 것은 잘한 것 같다. 그러나 ‘오너’는 그 음질이 아깝게
느껴질 만큼 난데없는 ‘복동이’식 작명이며, ‘에로이카’에 이은 작명의 태작이다.


●로로라

오디오계의 극광이 되겠다는, 또는 극광처럼 빛나는 소리라는 뜻이므로 일리 있는 작명이지만 굳이 L’을 안 붙여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샤콘

이 모델이 전부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이름이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샤콘을 듣기에는 그만이라는
뜻일까? 지그나 미뉴에트는 안 되며 사라방드도 안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혹시 비탈리의 샤콘? 어느 CD 신보 광고에서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곡조라는 선전을 봤다. 그래…? 자식 죽고 마누라
죽고… 식의 산비둘기 넋두리하는 것을 듣느니 차라리 ‘홍도야 울지 말아’가 낫겠다. 비탈리도 대학 합격 후 들으면
감미롭게만 들릴 것이고, 실연 후의 ‘사랑의 기쁨’은 아주 슬픈 곡이 된다. 풀 냄새 나는 레베카 피존의 ‘스패니시
할럼’을 들으면 나는 아주 슬퍼지더라. 왜? 돌아오지 않을 젊은 시절이 그리워서 못 견디겠으므로… 그래서, 제일 슬픈
노래란 따로 없는 것이다. 하여간 이런 식의 작명은 앞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바웰드

이미 수많은 지지자를 얻고 있고, 오디오의 선진국 독일에까지 수출하고 있다. Silva는 Silver의 변형인지…,
그렇다면 은으로 땜질을 하다…? 하여간 소리는 훌륭한 제품이니 탓할 게 없지만, 작명은 어쩐지 좀 미지근하다는 느낌이
든다.


●올닉

Allnic은 올 니켈알로이 합금이 라는 뜻으로…? 트랜스를 다른 소재로 만들지 않을 경우는 안 생길지 괜히 걱정된다.
음질면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어 가타부타할 여지가 없으나, 무난한 작명이라 생각한다.


● 얼티미트 사운드

흡사 마란츠 1을 연상시키는 복고풍의 디자인이, 현대적인 외관에 질린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느낌을 줄 것이다. 소리도
좋다 하니 더 말 할 게 없지만, 너무 배수진을 친 느낌이 든다. 오디오에 ‘사운드’는 사족이 아닐까.


●오디오천국

신생 메이커로서 양질저가의 제품을 만들어 호평을 받고 있지만 작명을 좀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오디오천국으로
시네마천국을 볼 때 쓰면 어울린다는 얘기는 아닐 것 같은데…


●R&C

‘저항과 콘덴서’의 머릿 글자를 딴 작명으로 일견 아무렇지 않게 보일지 모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나라 오디오
관련 작명 중에서는 국제 수준급이다. 실은 트랜스를 제외하면, 저항과 콘덴서를 어떻게 요리하느냐 하는 것은 오디오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그 저항과 콘덴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듯, 강한 자신감을 단 두 글자로 압축해서
그 호소력이 더욱 강하다.

‘안티폰’ 이라는 300B 앰프의 모델명도 ‘응답송가’로 사전에 나와 있는데, 그 작명의 기분도 알 것 같다. 좋은
음질(직접 들어보지는 못했음)과 세련된 디자인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상 두서 없는 작명 졸론을 폈지만, 그것은 자주
대하게 되는 오디오 광고를 볼 때마다 한 사람의 애호가로서 느끼는 감상을 수정 없이 털어놓은 것일 뿐 결코 나쁜 의도가
없었음을 말씀 드리고자 한다.

최근 주력기기를 대폭 국산으로 교체해서 주로 이들을 듣고 있는데, 여러 제품을 시청하는 과정에서 느낀 사실은, 이제는
외제를 능가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음질이며 외관이 짧은 기간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이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흡족해서 5년 넘게 써오던 외제 기기들을 아예 한쪽 구석으로 치워버리고 말았다.


우리오디오 제품도 발전의 페이스가 지금과 같다면,
머지않아 본격 수출도 가능할 날이 올 것이므로 그에 대비한 마케팅도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오디오 애호가들은 예민한
귀만큼 다른 감성도 남달리 까다롭다. 그런 의미에서 모델명이야말로 마케팅의 시발점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읽기가
불가능한 모델명을 붙인다든지 너무 안이한 생각으로 작명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망언이 많았더라도, 갑작스럽게 높아진 관심이나 안타까움이
초래한 부작용쯤으로 너그럽게 보아주시기 바란다.


“나는 이 앰프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설계했다. 한
30년 후쯤 은퇴해서 어느 한적한 시골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주 좋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이 다름 아닌 자신이 만든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하고…”.


이것은 크렐이 처음 등장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 무렵(1984년경),
설계자인 댄 다고스티노가 한 말이다. 수백 번의 광고 선전보다도 더 많이 구매심리를 북돋았을 것이다. 다른 제품에도
해당되는 얘기겠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만든 제품에다 좋은 작명이 따를 때, 우리 오디오제품도 ‘국산’이라는 비하(卑下)적인
수식을 떨쳐버리고 세계를 상대로 당당히 맞설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국산반도체, 국산 자동차라 부르는 대신, 삼성반도체,
현대 자동차라 부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