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re] 오디오는 내 것이 아닙니다   04-03-28
글쓴이 표문송   714 hit
 
결혼하여 첫번째 집에 살 땐
집도 좁고 하여 오디오를 거실에 두었지요.
그러다 보니 당연 불만이 생기고...

하여, 두번쨰 이사 간 집에는
나 혼자만의 리스닝룸을 만들었습니다.

첫째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나 혼자만의 객석을 만들어 놓고
틀어박혀 혼자 음악 듣고 혼자 책 보고...
저 자리는 오로지, 온전히, 나 혼자만을 위한 자리였지요.

그러다 보니 안그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짧은데
그나마도 가족과 함께 있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의 불만도 생기고
내 자신 스스로도 문제가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여, 세번째 이사간 집에서는 다시 오디오를
거실로 내놨습니다.

벙벙하게 뚫린 거실에 오디오를 놓으니
음장감이니 임장감이니 하는 소리들은 딴 나라 얘기가 됩니다.
조건은 열악해 졌지만, 그래도 얻는 게 더 크니 어쩌겠습니까?
바로 내 가족들이 즐거워 한다는 것이지요.
아빠를 되찾고, 음악을 되찾았으니까요.
그래서 저렇게 쭈누가 즐거워 뛰놀지 않습니까!!

밤새 음악 듣고 아침에 출근하여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CDP 트레이에 전날 듣던 음반이 아닌 전혀 다른 음반이 얹혀 있습니다.
전날 밤 걸어 놓고 간 바흐나 말러가
쭈누 다인 음반으로 바뀌어져 있습니다.
하루 종일 아내는 쭈누다인이와 함께 그들만의 음반을 듣고 있는 것이지요.
대관절,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음악이 생긴 것입니다!!

이제 오디오는 나보다 오히려 더 오랜 시간 집에 있는 가족들의 것이 된 것입니다.
진정한 주인을 찾은 것이지요.

별반 큰 소리 안나고 오디오를 바꿈질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이해와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면, 자화자찬이 될까요^^

내가 쭈누와 다인이에게 만들어준 태교음반 역시
그들이 장가 가고 시집 갈 때 물려줄 음반들입니다.
음악을 선물해 준것이고, 사랑을 물려 준 것이니
그닥 자화자찬은 아닐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