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Audio Analogue Verdi Cento   12-01-20
글쓴이 고현   3,001 hit
 



누구나 Audio Analogue가 이탈리아 메이커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 제품이 가진 우아한 미적 감각과
뚜렷한 기하학적 외관만으로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제품 이름이 ‘Verdi Cento’라는 것을 보면 이탈리아 제품이라는 것이 의심할 여지가 없다.
Audio Analogue의 제품명에는 통상적으로 이탈리아 작곡가의 이름이나 음악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Cento’라는 글자는 문맥상 출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이 기기는 규격상 8 ohm에서 정확하게 100W 출력을 낸다고 적혀있다.
가격이 1,600파운드인 Verdi Cento는 Audio Analogue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중에서
중간급에 해당하는 모델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인티그레이티드 관련 최신 기술을 일부 적용했지만
설계는 아주 평범한 편에 속한다.
프리-아웃 단자와 고정-레벨 테이프 출력부를 비롯해서 다섯 개의 라인입력부와 포노스테이지가
장착되어있으며 모든 입력부가 RCA 포노형으로 이 외에 디지털이나 USB 입력단자는커녕 XLR 단자도 없다.
어떻게 보면 한물간 설계로 보이지만 바로 이 점이 Verdi Cento가 허브로 사용하기보다는
앰프에 초점을 맞춘 기기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필요할 경우 디지털 입력부를 가진 DAC나 CD플레이어를 사용하는데도 문제가 없다.

진공관 예열장치
Verdi Cento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솔리드 파워 앰프보다 더 오래된 진공관용 프리앰프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Audio Analogue가 최근 몇 년 동안 고집해온 방식으로 스피커를 구동하는 기능과 함께
진공관이 가진 자연스러움과 비교적 긴 수명을 조화시킴으로써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에 비해
수치상으로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
Verdi Cento는 새시 한가운데 수평으로 배치한 소형 ECC형 3극관을 자랑하고 있다.
이 제품에는 이례적으로 진공관-예열기가 확실한 성능 최적화를 위한 전용 2차 전원공급장치와
함께 장착되어있는데 이 두 개의 소형 진공관이 예열용이 아니라면 신호용으로 쓰기 위해
과감한 설계를 적용한 사례로 보일 수도 있다.
파워 앰프 스테이지는 이 정도의 가격대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크고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다.
Audio Analogue측에서는 이 설계를 National Semiconductor LM386 파워 팩을 기반으로 제작한
‘병렬 연결’형이라고 부르고 있다.
성능최적화를 위하여 육중한 형태의 토로이덜 파워트랜스포머로부터 전원을 공급받는
진공관 스테이지 전용 2차 전원공급장치와 냉각용으로 사용되는 내장형 방열판도 한 쌍이 장착되어있다.
Verdi Cento는 전체적으로 가격에 비해서는 성능 향상을 위한 기술이 상당이 많이 적용된 제품이라는
인상을 주며 특히 이 제품은 EU내에서 조립된 제품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채널 밸런스
내장형 포노 스테이지는 환영 받을만한 부분이다.
이 장치는 이례적으로 무빙-마그넷과 무빙-코일 출력을 모두 지원하므로 어떤 종류의 턴테이블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이 가격대에서 신형 앰프를 찾고 있는 사용자라면 아주 유용한 사양이라고 하겠다.
무빙-마그넷과 무빙-코일 사이의 전환은 뚜껑을 들어올린 다음 점퍼 세팅만 바꾸면 되므로
앰프의 ‘엔진 룸’에 손을 대는 것을 탐탁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식이지만
배송하기 전에 대리점에서 세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앰프의 외면상으로는 Audio Analogue가 원가를 줄이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지만
어느 부분도 그다지 심할 정도는 아니다.
볼륨조절장치는 종래와 같은 ‘포트’ 방식은 아니지만 커다란 조그-다이얼에 있는 여러 개의 LED에
연속적으로 불이 켜져서 볼륨레벨이 표시된다.
이 방식은 채널 밸런스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며 전동식 장치가 필요 없지만
종래의 조절장치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입력선택은 별도의 장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입력부를 스크롤해서 선택하기 때문에 연결된 입력부가
멀리 떨어져있다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함께 공급되는 리모컨은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조악한 플라스틱 제품 같은 느낌이어서
아름다운 물건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작동은 잘 되며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
구입할 수도 있는 Audio Analogue CD플레이어에도 사용할 수 있다.
볼륨조절장치의 조작성에 대한 소소한 불만만 제외한다면 Verdi Cento의 조립상태와 마무리는
아주 좋은 편이다.
케이스는 통판 금속소재를 사용하였으며 마무리도 좋고 12.5kg이나 나가는 육중한 무게는
든든한 느낌을 준다.
이 가격대의 다른 제품애 비교해서 사양 면에서 떨어지는 점이 없을뿐더러 높은 출력과
견고한 만듦새 그리고 유용한 포노 스테이지가 있어서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제품보다는
가격대비 가치가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발끝을 까딱거리게 하는
자리를 잡고 이 앰프를 듣기 전에 하루 이틀 정도 전원을 켜둔 채 내버려두었더니
Verdi Cento에서 놀랄만한 변화가 몇 가지 일어났다.
어떤 모델이든지 진공관 제품이라면 저역 최하위부가 어느 정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소리도 따듯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그렇지만 Verdi Cento는 이런 두 가지 특징 중 어느 한 가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사실 이 중요한 특성에 대해서는 정반대 성향을 보인다.
이 기기는 우리가 아는 한 이 가격대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앰프이다.
어떤 타이밍 특성도 잘 파악하는 묘한 재주가 있으며 동시에 나도 모르게 발끝을 까딱거리게 하는
경쾌한 소리를 낸다.
이러한 특성은 반응이 신속하고 듣기 좋게 잘 튜닝된 저역 최하위부의 효과도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이 두 특성 때문에 이 대역에서의 중량감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사실, 진공관을 사용한 의도와 실체를 알아차리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결과는 그런대로 좋은 편이다.
Verdi Cento는 리듬감과 타이밍 특성이 상당히 좋을 뿐만 아니라
고역에서도 역시 아주 매끄럽고 트인 소리를 낸다.
이러한 평정성과 유연함은 심지어는 녹음상태가 좋지 않은 음악에서 볼륨을 높여도
앰프가 변함 없이 듣기 좋은 소리를 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성악과 악기의 음색도 극히 좋다.
Verdi Cento는 다양한 종류의 음반 대부분에서 전반적으로 극히 자연스럽고
사실감이 그럴듯한 소리를 내며 현악기의 줄을 튕기거나 건반악기의 키를 두드렸을 때
점차적으로 사라지는 소리를 정말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단 한 가지 본보기로 삼기에 다소 모자라는 특성은 사운드스테이지이다.
재현성 측면에서 본다면 조금씩 좌우 한 쪽으로 치우치는 듯하며 음악연주자 주위에 형성되는
공간감이 부족한 느낌을 준다.
이는 섬세한 표현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 사실 이런 면에서는 훌륭한 앰프이지만 – 무엇인가
좀 답답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Verdi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지만 앰프의 기질로 본다면 재현특성은
더 버브(The Verve)에 가깝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재현성은 이 점을 못 본체 넘어가도 될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이며
시스템에 잘 들어맞는 심오한 성능은 이러한 약점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환영 받을 제품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긍정적인 측면은 포노 스테이지가 앰프의 기본적인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며 우리가 아는 한 가장 소음이 없는 설계는 아니지만
출력이 비교적 낮은 Dynavector 설계에서도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포노 섹션의 전반적인 성능은 나중에 그냥 추가한 컴포넌트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며
우리 생각에도 전반적인 성능은 아주 즐길만한 수준이었다.
볼륨을 올리면 올리는 대로 자연스럽게 들리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볼륨을 높게 세팅해서 듣게 되지만
이러한 설계에 따른 전반적인 음질은 200-300파운드 범주의 포노 스테이지와
거의 동등한 수준이라서 주요 경쟁제품에 비하여 이 앰프가 더 유용하고 가치가 있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Verdi Cento는 엄밀하게 따지면 가격으로 경쟁해도 환영 받을 제품이다.
2011년도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분야에서 한 몫을 차지했다고 치부하기에는 어떻게 보면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입력부나 여타 연결장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포노용 단자가 줄지어 있는 것을
구식설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어떤 사람들은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느낌을 주는 재현특성 때문에 맥 빠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가 필요한 디지털 입력부가 전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LP를 사용하는 사람은
반드시 Verdi Cento를 한 번 들어봐야 할 것이다.

                                                                                                             [2011.12 Hifi-Choic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