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하게, 정확하게, 그리고 미려함을 노래한다! (글 박성수/월간오디오)
다인오디오의 플로어형 스피커인 포커스 360에 대한
시청 리포트를 필자가 담당하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독자가 있을 것 같다. 지난 5년 동안 필자는 단 한 편을 제외하고는
다인오디오의 스피커에 대한 시청 리포트를 본지에 기고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 다인오디오의 창립 30주년 기념작인 사파이어에 대한
시청 결과를 다양한 형식으로 타지(他誌)에 발표한 적이 있지만,
본지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2005년 10월호에 포커스 220에 대한
시청 리포트를 기고한 이후 지금까지 필자는 다인오디오의 스피커를
단독으로 다룬 글을 쓴 적이 없다.
이쯤 되면 다인오디오에 대하여 필자가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필자가 다인오디오를 회피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음향에 대한 취향의 차이 때문이다. 뛰어난 순발력에 기반을 두고
정묘하고 투명한 음향을 지향하는 현대적 세련미의 대명사인
다인오디오, 그리고 유려한 발성에 기반을 둔 탄력 넘치는 선율미와
섬세한 색채 표현을 선호하는 구세대의 음향 취향을 대변하는
필자 사이에는 좀처럼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커스 360에 대한 시청 리포트를 필자가 자청한 배경이
궁금해질 것 같다. 그동안 필자의 음향 취향이 극적으로 바뀌기라도
했다는 말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필자가 포커스 360에
도전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번 시청을 위하여 본지에서 준비한
레퍼런스 시스템과 다인오디오의 조합이 필자의 흥미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다질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인 CTH-8550과 럭스만의 SACD 플레이어인
D-08 조합이 바로 그것인데, 이들 기기로 구동한다면, 포커스 360에서
흥미로운 음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절제된 음향 조형에 토대를 두고 정묘함과 투명함의 절도 넘치는
조화를 추구하는 다인오디오 특유의 세련미와 럭스만·다질 조합이
지향하는 우아한 서정주의가 서로 만난다면, 냉철함과 온화함,
정묘함과 우아함 등이 적절히 융합된 제3의 음향을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절로 일어났던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의 예상은 적중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한 것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다인오디오의 홈페이지에서 ‘에너지·심도·실체감’으로 정리한 바 있는,
포커스 360이 추구하는 음향에 미려한 색채 표현과 독특한 공간감이
녹아든 독특한 음향이 포커스 360에서 살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포커스 360이 추구하는 음향, 즉 ‘음향 무대를 꽉 채운
음악의 그림, 즉 성악에서 살아나는 최고 순도의 뉘앙스에서 시작하여,
오케스트라가 이끌어 내는 포르티시모까지 완벽하게 소화하여,
입체감 넘치는 경험으로 이끄는 음악’을 서정성이 감도는 독특한
분위기로 채색한 음향이 럭스만·다질 조합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처럼 일종의 이종교배라고 할 수 있지만, 상생·상보의 원리를
절묘하게 실현한 음향을 포커스 360에서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다인오디오와 필자가 함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럭스만·다질·다인오디오가 저마다 간직하고 있는
개성이 적극적으로 발현된 결과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개성보다 선행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이들 기기가 한결같이 보여 주는 자질과 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들 브랜드가 저마다 보유하고 있는 개성의 중요성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만, 오디오 시스템 내부에서 이들 기기가 담당하고
있는 파트를 완벽하게 소화해 낼 능력이 없다면, 이번 시청에서
거둔 성공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포커스 360의 진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럭스만과 다질 조합이 지향하는 음향, 그러니까 서정성이
깃든 온화한 공간감과 화사한 음색이 살포시 떠오르지만, 그와 함께
한 터럭의 군더더기조차 허용하지 않고 상·중·하의 음역을 적확하게
배분하고 깔끔하게 배열하는 정연한 대역 밸런스를 배경으로 하여,
음표 하나하나의 표정을 말끔하고 투명하게 살려내는 현대적 세련미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은, 이번에 시청한 레퍼런스 시스템에서
포커스 360이 차지하고 있는 확고한 위상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재생 음향의 공간감·다이내믹·음색·선율선 등과 같이
음향의 표정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커스 360 · CTH-8550 · D-08 조합에서 떠오르는 가장
큰 매력은 다른 시스템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중고음역이라고 할 수 있다. 명도가 높지만 천박해지지 않고,
명료하지만 섬세한 음영이 깃든 화려한 음색을 반듯한 이미지로
연출하는 모습이 포커스 360의 중음역에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독특한 아름다움을 전면에 부각하면서
음악 그 자체의 표정에 화려함을 연출하는 중고음역을
중심 대역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흘러넘치는
법이 없는 절도 넘치는 저음역, 그리고 예리하지만
경질로 흐르지 않는, 순발력이 뛰어난 고음역 등을 말끔하게
새겨 넣는 모습은 이번 시청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이번 시청에서
포커스 360이 들려준 음향은 대체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이 스피커가 그 자체로서 다인오디오 설계팀의
의도를 적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특필할 필요가 있다.
31Hz까지 재생해 내는 20cm 구경의 더블 우퍼, 15cm 구경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다인오디오 특유의 순발력이 뛰어나면서도
정교한 고음역을 이끌어 내는 에소타 2 소프트 돔 트위터 등을
장착하고, 인클로저 자체의 강도를 높이고 공진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내부 보강재들을 채워 넣음으로써, 현대 스피커 특유의
하이 스피드와 정교한 음향을 실현하는 설계 이념을 이번 시청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면모는 존 엘리엇 가디너가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트를 지휘한 바흐의 칸타타 BWV 1055(SDG),
트레버 피노크가 유럽 브란덴부르크 앙상블을 지휘한 바흐의
브렌덴부르크 협주곡 제3번(AVIE), 피에르 앙타이가 하프시코드로
연주하는 프랑수아 쿠프랭의 클라브생 곡집(발췌, 미라레),
마리스 얀손스가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을 지휘한 쇼스타코비치의
제4번 교향곡(EMI) 등과 같은 다양한 녹음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고해상도 녹음에 대한 적응력을
확인하기 위하여 필자가 신중하게 선택한 이들 녹음에서
다인오디오·럭스만·다질 시스템은 현대적 세련미를 강조하는
스피커를 재생하면서 나타나기 쉬운 자극성이 강한 고음역,
지나치게 투명한 공간감, 날카로운 음향 윤곽, 불필요한
긴장감이 실려 있는 선율선과 다이내믹 등과 같은 특성
중심의 인위적 음향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정연함과
긴장감이 살아 있는 음향을 이끌어 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다인오디오와 럭스만·다질의 조합이 거둔 승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건 그리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
다인오디오가 경직된 현대적 세련미를 추구하기보다는 애호가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가격 : 1,040만원
·구성 : 3웨이 4스피커
·인클로저 : 베이스 리플렉스형
·재생주파수대역 : 31Hz-25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 400Hz, 2200Hz
·임피던스 : 4Ω
·출력음압레벨 : 88dB/2.83V/m
·파워 핸들링 : 300W 이상
·크기(WHD) : 24.8×124×38.5cm
·무게 : 36.1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