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컴포넌트, 케이블

요즈음 오디오 시스템에 관해 말하다 보면, 액티브 컴포넌트와 패시브 컴포넌트라는 용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컴포넌트 사이에서 일종의 네트워크의 역할을 담당하는 케이블들이 오디오 시스템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은, 이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상식으로 되어 있다. 이제 케이블은 앰프, 소스기기 등의 액티브
컴포넌트와 함께, 중요한 패시브 컴포넌트 중의 하나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엔드라는 단어가 통용되기 시작한 이래, 앰프나 스피커가 보다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주기 위해 신소재, 신기술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동안, 케이블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그와 유사한 기술적인
진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고성능 케이블을 만들기 위한 기술적 시도는 대체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여러 기술들을 서로 적절히 혼합하여 제품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첫번째 관점은 도체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심선 간의 간섭을 방지하려는 목적에서
LC-OFC 6N 등의 고순도동이나 순은 등을 활용한 소재 기술과 심선 구조에 대한 디자인 기술이 여기에
해당된다. 두번째는 도체를 흐르는 신호는 직류가 아닌 교류파인데, 신호가 도체를 통과하는 동안 여러 가지의
요인에 의해 주파수대의 위상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중요시하여 위상 보정용 네트워크 박스를 사용하는
기술이다.

현재 MIT, 트랜스 페어런트 등에 의해 시도되고 있다. 세 번째는 최근에 활발히
연구되는 방식으로, 도체에 흐르는 신호에 내.외부적으로 유입되는 진동이나 RF/EMI의 장애를 근본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특수한 기체나 액체, 또는 공기를 완충제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의 케이블들은 PAD와
라이브, 그리고 킴버의 셀렉트 시리즈등에서 소개되고 있다.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타라랩사도 이러한 최신의 기술들을 케이블에 도입하여 성과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라 할 수 있다. 미국 오리온주의 에시랜드에 위치한 타라랩은 20여 년 간 하이엔드
오디오용 케이블만을 만들어온 오디오 케이블 전문회사로, 이 회사에서 만든 RSC 프라임 시리즈는 오래전부터
국내 애호가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타라랩의 시리즈들 타라랩에서는 자사의 케이블들을 가격이나, 제조 기술, 사용 분야에 따라, 크게 4단계(프리즘, RSC, RSC Air, ISM)로 구분하여 생산하고 있다. 필자는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다소 혼란스러움이 있을 것 같아서 우선 시리즈별로 전체적인 특성을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 프리즘 시리즈 이 회사의 엔트리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즘’ 시리즈는 보다 현실적인 가격으로 타라랩의 우수한 성능을 애호가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개발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프리즘 시리즈에 사용된 선재는 SA-8N 이라는 고품질의 동선이며, 외피는 자사의 고유 상표이자 새로운 기술인 Aero-PE(Aerospace Polyethylene)를 사용하고 있다. 이 Aero-PE는 폴리에틸렌계의 일종으로 수많은 공기층을 포함하고 있기 때분에 도체로부터 발생되는 진동을 완충시켜 저왜곡의 신호를 전송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여러 종류의 접속 케이블과 디저털 케이블, 스피커 케이블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대부분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들이라 할 수 있다. 사용분야는 하이파이 2채널 오디오에서부터 5채널 홈시어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 ●RSC 시리즈 RSC시리즈는 동사의 표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RSC(Rectamgular Solid Core) 역시 동사의 고유 상표로, 이름이 뜻하는 바와 같이 사용된 심선은 직각형의 가느다란 고순도 동이다. 이 시리즈에서는 RSC선재를 개별적으로 투명한 재질로 피복하여 여러 가닥 함께 사용하고 있다. RSC 선재의 사운드적 특징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둥근 동선에 비하여 저역이 깊고 힘이 있으며, 고역은 시원하고 정밀하게 표현된다. 이 시리즈 내에는 접속 케이블, 스피커 케이블, 디지털 케이블의 제품군들이 등급별로 세분되어 있다. 등급은 하이엔드 입문용에서부터 고급기종까지 사용할 수 있게 개발되었다.

●RSC Air 시리즈

표준 모델인 기존의 RSC를 개선시킨 것으로, 현재 동사의 주력 모델이라 할 수 있다. RSC Air 시리즈는
기존의 RSC 심선을 사용하면서, 심선의 내,외부에서 가해지는 전기적, 물리적 영향에 의한 디스토션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기 튜브를 사용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사운드가 한층 깨끗해지고 묘사력이 증가하여, 연주장의 공기감을
보다 충실하게 표현해낸다. 주력 모델답게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ISM 시리즈

ISM 시리즈(Isolated Shield Matrix)는 타라랩의 플래그십 시리즈이다. 일반적인 가정내에서
발생되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신호, 무선전화기, 집 주위의 송전선 등과 오디오 컴포넌트 자체에서 발생되는
RFI(Radio Frequency Interface)나
EMI(전자파 방해)등이 선재를 통하여 사운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사운드의 특징은 광대역이면서 사실적인데도 작위적이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다는 데 있다. 동사에서도 최고의 하이엔드 시스템을 위한 케이블로 소개하고 잇는 것처럼, 투명도
및 묘사력이 부족한 시스템에서는 본래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 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베스트셀러 6기종 집중 시청

이번 리뷰는 현재 수입되고 있는 타라랩 제품 중에서 시리즈별로 호응도가 높은 제품을 간추려 선정하였는데,
접속 케이블이 3종류, 스피커 케이블이 2종류, 그리고 디지털 케이블이 1종류가 준비되었다. 리뷰용 제품의
수가 다소 작은 듯하지만, 각 시리즈 별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서, 시리즈별로 제품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제품 시청은 디지털 케이블, 접속 케이블, 스피커 케이블의 순으로 하였으며, 레퍼런스용으로
사용한 기기는 B&W SS30 스피커, 오디오 리서치 150SE 파워앰프, 마크 레빈슨 26S 프리앰프,
와디아 20 CD트랜스포트 및 2000 DA 컨버터이다.

▶ PRISM D-2

디지털 케이블/RCA형

우선 디지털용인데도 동사의 다른 케이블과 소리의 성향이 비슷하여 놀랐다. 음장은 넓은 편이며 고. 중대역이
명징하고 색채감도 뛰어나다. 특히 바이올린은 약간 윤기를 머금은 듯 선명하면서도 예쁜 맛이 있다. 피아노에서도
역시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저역의 겨우, 깊으면서도 밀도감은 있지만 양감은 그리 많지 않다.

저역의 경우, 깊으면서도 밀도감은 있지만 양감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대편성
오케스트라에서 느긋한 권위감은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신속하고 발빠른 저역의 표현 능력이 탁월해
대편성의 공간감을 잘 살려낸다.

▶RSC REF GEN2

접속 케이블/RCA형

RSC 시리즈 제품 중에서 가장 표준적인 음질을 지니고 있다. RSC액시옴에 비해 대역 표현력이 뛰어나,
음장이 활짝 열려 있고 전반적으로 소리에 탄력이 붙어 있다. 또한 초저역에서 초고역까지 매끄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소리의 디테일감이 한층 좋아져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연주의 실체감이 살아난다. 오케스트라에서는 시원한
음장과 함께, 늘어선 악기들의 소리가 하이파이적 분위기를 잘 표현해낸다. 내어줄 것은 다 내어줄 수 있는
성능 좋은 케이블이지만 소리 하나하나의 유연성이나 투명성 면에서는 RSC에어 시리즈보다 한 수 뒤지는 느낌이다.

▶RSC Air2

접속 케이블/RCA형

동사가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 시리즈의 제품답게 우수한 소리를 들려준다. 일반RSC 시리즈에 비하여 특히
개선된 부분은 중역대의 표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섬세하고 투명한 중역 때문에 소리가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표현되며 음장의 깊이감도 잘 나온다.

오케스트라에서는 각 악기들이 샤프하게 정위되는데, 세부는 거칠지 않고 다채롭다. 또한 피아노나 바이올린의
독주에서는 연주의 실채감과 공간감의 표현이 좋다. 다른 하이엔드 케이블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RSC AXIOM XLR

접속 케이블/밸런스형

RSC 시리즈 중 제일 막내이지만 전형적인 타라랩의 소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대역간 소리의 균형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특히 오케스트라에서 음장 표현이 좋고 다이내믹하다.

상급기에 비해 중역의 정보량이 조금 뒤지는 편이지만 음악에 따라서는 이 점이 장점으로 작용, 거북한 소리를
슬쩍 감추기도 하는 재치도 지녔다. 대체로 무난한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입문용으로 적당한 케이블이라 할
수 있다.

▶RSC PRIME 1000

스피커 케이블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유연한 소리를 들려주는 케이블이다. 대역은 넓고 저역은 밀도감이 있지만, 결코 앞으로
나서는 성질은 아니다. 특히 오케스트라에서는 전대역이 플랫하여 다소 지적인 표현이 된다. 중역은 투명한
편이고, 고역의 특성이 좋기 때문에 곡에 따라서는 바이올린의 고음이 강조되기도 하지만, 자극적이지는 않다.
생동감이 아쉬울 때가 있지만, 필요한 소리만을 꺼내어 캔버스 위에 다시 그리는 듯한 말쑥한 표현 능력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ISM THE 1

스피커 케이블

타라랩의 최상위 등급인 ISM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급 모델이다. RSC 프라임 1000의 깨끗함을 한 차원
뛰어넘어, 정확성과 다이내믹을 겸비한 소리이다. 특히 모든 음의 하나하나에 실체감 과 생동감이 넘치는데도,
이러한 장점들을 헛되이 쓰지 않고, 시종 침착하게 전개하는 솜씨는 보통이 아니다. 또한 전기적, 전파적
왜곡을 최소화할 때 나타나는 착색감 없는 투명한 공간감과 섬세한 소릿결의 표현 능력은 모든 장르의 음악에서
악기의 표현뿐만 아니라 그 연주의 분위기 까지 고스란히 전해준다.

시청을 마치고

약 3주간에 걸친 시청기간 동안, 필자가 느낀 타라랩 제품들의 공통된 특징은 다음과 같이 대략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착색이 없고 섬세한 소리를 들려준다. 둘째, 주파수 대역이 넓고, 전대역이 평탄하다.
셋째, 음장은 크지만 음상은 수렴되어 있다. 넷째, 중저역대가 부풀지 않고 제동력이 있다.

이상의 공통된 특징 이외에 시리즈별로 소리에 조금씩 의 차이는 있다. 프리즘 시리즈는
우선 하이파이적인 대역 표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RSC 시리즈는 여기에 각 대역의 음들이 충실해지고,
정보량 및 분해능력이 증가한다. RSC Air 시리즈에서는 RSC 시리즈에 비하여 소릿결 이 유연해져서
전체적으로 우아한 표현이 된다. 또한 중역의 투명도가 증가하여 정보량이 더욱 늘어나고, 음장이 깊어진다.

마지막으로 ISM시리즈에서는 우선 음이 표현되는 배경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배경이 한 결 정숙하고 깨끗해져서 동일한 음이라도 RSC Air 시리즈에 비해서
한결 충실하고 라이브 하게 들린다.

이상과 같이 타라랩 케이블의 특성을 나름대로 간단히 정리해 보았으나 지면 관계상
다양한 정보를 충실하게 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요즘 다양한 하이엔드 케이블들이 소개되고 있으나, 그
가격은 예전처럼 대충 구입하고 난 후,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 집안 구석에 쳐박아 둘 정도의 하찮은 가격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라랩 케이블을 구입할 의사가 있는 독자를 위해 조금이라도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시청평을 썼다.

-하이파이 저널 40호(2000년)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