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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F의 미토2(Mytho 2)는 스피커 우퍼가 타원형으로, 사람의 귀와 비슷한 모습을 한 형태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제품이 시장에 소개된 것이 10년이 넘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10년이란 세월을 뛰어 넘어 다시 만나는 기분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하물며 취미의 대상이 되는 제품이 10년 이상 현역으로 계속 생산된다는 점은 이 스피커만이 지닌 남다른 특색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소재에 대한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과 무엇보다 소비자의 기호가 매우 까다로운 하이파이 세계에서 동일한 제품이 10년을 버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우 놀라운 일임에 틀림없으며, 제품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기의 성능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미토 시리즈는 RCF사의 주력 제품으로, 시리즈는 다섯 개의 제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니터형으로는 미토1과 미토2가 있으며, 나머지는 톨보이 형태다. 우퍼의 형태로 구분한다면 미토1은 원형이고, 나머지 시리즈는 타원형이다. 따라서 모니터형이며 타원형인 제품은 미토2가 유일하다. RCF가 자랑하는 타원형 스피커 유닛은 12㎜의 롱 보이스 코일에 온도 변화에 강한 재질을 사용하여 제조된다고 한다. 스피커 유닛의 진동 재질은 카본 화이버에 페놀 수지를 입혀 만들어지는데, 밀도 있는 소리의 재생을 위해서 공기를 완전히 차단한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닛의 소리 특성은 딱딱한 재질에 비해 소리는 매우 부드럽고 편안함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형상의 특징으로는 모니터형 스피커 중에서 그리 작지 않은 사이즈를 가지고 있다. 타겟 스탠드 R2와 함께 사용하면 적당한 크기이다. 진동을 흡수할 수 있는 나사식의 콘을 스피커 하부에 부착할 수 있게 기본 악세사리를 제공한다. 출력 음압 레벨은 89.5㏈로 앰프 선택에 그리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제품들 중 대부분이 저능률에 대출력 엠프를 요구하는 추세이기에 매칭에 까다롭지 않고 울리기 쉬운 하이엔드 스피커가 드문 게 현실이다. 가치 재발견! 10년 전부터 생산되어온 이 스피커를 지금에 와서 왜 다시 리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될 것이다.
본격적인 시청에 들어가면서 필자가 느낀 점은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느낌이 들며, 대역간의 밸런스가 잘 유지된다는 것이다. 음장은 좌우로 매우 넓게 형성되지만,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소리는 아니며 스피커 선상보다 조금 뒤에서 형성된다. 비교적 고능률임에도 불구하고 저역이 풀어지지 않으며, 일정한 텐션을 유지하고 있다. 음 성향이 밝은 편이어서 자칫 소리의 가벼움을 느낄 수 있으나, 들으면 들을수록 단아한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케루비니의 레퀴엠을 들어 보았다. 도입부의 총주에서 각 악기가 갖는 고유의 음색을 잘 표현하며, 타악기의 울림이 리얼하여 현장감을 준다. 엘리 아멜링이 부르는 바하의 <커피 칸타타> 4번 아리아에서는 그녀의 목소리가 마치 바람에 살랑거리는 갈대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가볍고 경쾌하다. 트위터의 재질이 무엇인가에 따라 음색이 크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미토2에 채용된 티타늄 재질의 트위터의 성향에 대해서 한마디로 말한다면 투명한 얼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착색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맑고 투명하다. 실크 재질의 트위터가 들려주는 착색된 소리가 싫은 오디오파일에게는 일청을 권하고 싶다. 미토2 스피커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성악곡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사람의 목소리를 아주 자연스럽게 재생하여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아 그 동안 손길이 잘 가지 않았던 음반을 찾게 만든다. 같은 음반에서 재생되는 소리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나 팔방 미인은 없는 법, 음장이 넓게 형성되는 반면에 다소 평면적이어서 입체적 이미지 형성이 부족한 점이 있다. 그리고 대편성 총주시 대역간의 구분이 너무 명확하여 어느 한 부분이 빈 듯한 느낌이 든다. 보다 질 좋은 앰프를 매칭시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듯싶은데, 소출력 진공관 앰프로 시청해 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성악이나 보컬의 재생에서는 소출력 진공관 앰프와 능률 좋은 스피커의 매칭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경험이 있기에 아쉬움이 더하다. 이 스피커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자연스러운 음장 재생이다.
오디오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 속에서도 꿋꿋하게 10년이 넘게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전용준〉
- AUDIOPHILE 2000년 5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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