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서 처방하는 명의
영국에서 2001년 출범해 전원장치와 액세서리만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이 회사의 이름은 아직 국내에서 좀 생소하다.
처음에는 소문을 들은 일반 애호가들이 공구를 통해 기기를 구입해서
언더그라운드 형태로 알려졌지만, 정식 수입원이 나타나고 본격적으로 그 이름을 알리고 있는 중.
이 회사는 현재 멀티탭 몇 기종과 전원장치가 주력이던 터이고,
새롭게 EVO3 디자인으로 본 시청기를 출시했다.
전원장치는 지금 여러 군데에서 소량으로 제작해서 수입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AVR을 비롯해 차폐 트랜스류가 상당히 보급되고 있지만,
본 기종은 그것과도 좀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다.
본 시청기는 종래의 전원장치와 다소 달리 무려 6단계의 필터링을 해 주는
복잡한 정류장치가 되어 있는데, 해외에서의 평가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전문지마다 다투어 별 다섯 개, 혹은 최고상을 주고 있기도 하다.
전원장치는 기본적으로 필터링을 하는 것이다.
입력된 전원을 한 번 필터링을 걸쳐 정제해 다시 내보내는 원칙인데,
그 과정에서 제작사마다 조금씩 방법이 달라진다.
새로 전기를 발전시켜 내보내는 제너레이터 방법이 현재로는 가장 좋지만
체구가 너무 거대해진 탓으로 제작이 어렵고 소규모의 제품만 몇 기종이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차폐 트랜스는 단순히 트랜스를 한 번 통과시키는 것으로
소리 자체에 기본적으로 컬러링이 생기기 때문에 크게 선호하는 방법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날카롭거나 분석적인 기기에는 효과가 충분히 있는 편이다.
이 회사의 가장 대표적인 필터가 폴라리스-X라는 것으로
부착된 모든 오디오 기기에서 나오는 전류 잡음이나 기기 잡음, 진동을 끌어 들여서
폴라리스-X라는 회로를 통과시켜 제거하는 것이다.
즉, 연결 제품 상호 간의 간섭을 원천 차단해 주는 것이다.
EVO3 디자인으로 개선된 이 제품은 커먼 모드 및
디퍼런셜 모드의 전원 노이즈를 제거해 주며,
RFI 60dB 감쇄, 특별한 6개의 컨디셔닝 스테이지로
모든 아울렛 간에 최선의 절연을 보장하며, 디퍼런셜 모드 노이즈의 교차 오염을 제거한다.
그리고 K.E.R.P.(Kirchoff's Equal Resistance Path) 기술로
모든 콘센트에 동일한 저항 및 동일한 전력을 공급하는데,
이 기술은 다른 전원장치와 다르게 소켓 사이의 간섭을 배제해
인접 아울렛보다 먼저 전원을 인가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67,500A 용량의 순간 보호 능력과 순차 보호 시스템으로 안정성을 갖췄으며,
3,680W(230V)를 지속적으로 공급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파워 앰프도 걱정 없이 연결할 수가 있다.
연결 단자가 6구이지만 각자 그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2구는 3,680W 용량이며 나머지 4구는 1,150W 용량으로,
즉 2구는 파워 앰프나 인티앰프용이고, 나머지 4구는 소스나 프리앰프용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이 제품을 유니슨 리서치의 앰프에 장착하고 피에가 스피커를 울려 본다.
기왕에 울려 보다가 이 장치만 바꿨음은 물론이다.
그 결과는 예상 밖이다.
전원장치라거나 파워 코드 등의 효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처지라 생각되지만,
이 경우는 그것이 극적으로 확대되며 상승한다.
비발디 사계 중 봄 첫 소절은 더 깨끗하고 정밀해지며 자극성 없이 매끄럽게 흘러간다.
차원이 분명히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이다.
현 독주도 두께가 전혀 불어나지 않으면서 밀도가 충만해지고,
현을 비비는 활의 감촉이 농밀해진다.
피아노의 공진도 단단히 올라붙고, 여성악의 고아해짐은 감탄 지경.
하소하는 듯한 팝스 보컬도 매혹적이다.
그렌 밀러 악단원 전부가 작업복 차림에서 연미복을 입고 나비넥타이를 맨 듯 분위기가 돌변한다.
훌륭한 전원장치가 나왔다.
[글.김남수/2012.9 월간오디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