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 동네에서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의 제 1조건이 소위 명기라 불리는 기기들을 많이 써 본 사람을 고수의 최고 조건으로
불려진다. 난 그런 경향을 미덥지 않게 보는 편이였다. 하지만 오디오라는 게 명색이 물질인데 안 써보고 어떻게 알겠는가?
좀 더 나아가 써보지 않은 사람에게 기기의 성격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매칭까지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오디오
하는데 이만큼 더 좋은 도반이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석우 사장이다. 사장이라고 하니 오디오 샵 주인같은데
그는 지금 케이그코리아라는 접점제(칙칙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지만^^) 수입상을 운영하고 있다. 한때 세상의 모든
기기를 다 쓰고 싶어 오디오 수입도 했었고, 샵도 운영했지만 대략 다 말아먹었다는 구름 같은 전설이 흐른다.^^

그를 오늘 오후에 인터뷰 요청했다. 뺀질거리면서 젤 첨 써 본 오디오는? 혼자 자문자답을
다한다. 내가 누군가? 뺀질거리는 위인들을 잡는 영자가 아닌가?^^

철학적으로 고상하게 나가기로 작정을 한다.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알지만.

영자) 인생에 있어서 오디오는
뭔 가?

이석우) 장남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디오를 통해 평안을 추구하면 그만이다.
내가 원하는 소리를 만들고 그 소리가 나올 때 바로 그 재미 아닌가?

영자) 오디오의 화룡점정은?

이석우) 매칭 다해놓고 내가 원하는 소리가 흘러나올 때, 자는 것이다.^^ 농담이고

오디오를 완성시키는 것은 기기가 가진 것을 다 뽑아 내는 “좋은 소스”를 찾는 것이다.

영자) 오디오 평가 기준은?

이석우) 파워앰프의 경우는 음 발란스와 스피커 구동력, 스피커의 경우는 역시 발란스와
전체적인 대역이다. 만약 한쪽으로 치우쳤을 때 내가 원하는 쪽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스피커는 보기에도
즐거워야 하고 소리의 찌그러짐이 없어야 한다. 각 악기의 소리가 가지고 있는 엣지가 흐트러지면 안된다.

영자) 매칭할 때 노하우를 가르켜
달라.

이석우)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맨 처음 들었을 때 소리가 편안한가? 인위적이지는 않는가?
연주회장 스케일을 줄이면서 끌고 오는 그런 좋은 느낌…

한 두 가지 단점으로 바꿈질은 별로 권하고 싶질 않다. 바꿈질은 개선이 되어야 하는 데 그런 경우는 제자리 걸음이나
개악으로 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자) 바꿈질 한다고 보내놓고
여운이 길게 남았던 기기는? 앞으로 써보고 싶은 기기는?

이석우) 크게 여운이 남았던 기기는 없고, 오디오 쇼에서 본 것 중 ‘LUMEN WHITE’
스피커와 앰프는 FM 어쿠스틱 286 프리와 811 파워, 턴 테이블은 VPI HRX, 골드문트, 케이블은 NBS
오메가…

영자) 집에 있는 기기는? 이석우) 맘에 안들어서 지금은 없다. 영자) 오디오하면서 날린 돈은 얼마인가? 사업까지 포함해서. 얻은 것은? 이석우) 사업한 것까지 포함하면 11억이다. 남은 것은 어떤 오디오를 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각 기기 특성을 인정하고 어떤 걸 줘도 그 기기 특성의 95%는 뽑아 낼 자신이 있다는 것. 영자) 돈 날린 얘길 하니 인터뷰가 그냥 맥이 빠진다. 여자에게 오디오 선물을 한 적이 있는가? 이석우) 여자 조카애에게 300B로 된 캐리 300SEI 인티앰프와 골드문트 39 CDP, 스피커는 라 스칼라 아랫 기종이였는데…. 여자에게는 음색 위주가 적당하다고 생각…. 영자) 음…. 조카라 믿겠다.^^

영자) 어떤 경향의 소리를 좋아하나?

이석우) 깔끔하고 예쁜 소리를 좋아한다. 호방한 소리는 처음 듣는 순간은 좋은 데 오래
못 듣는 편이다.

영자) 무제한의 조건이 허용된다면
오디오로 뭘 하겠는가?

이석우) 20평 남짓 리스닝 룸을 갖고 싶다. 맘에 드는 시스템 들여서 좋은 음악 들으면서
졸고 싶다.

영자) 요즘 밤에 안자고 뭐하길래 온통 자고 싶다는 소릴 하는
지…. 쩝쩝

영자) 오디오 하면서 가장 엿같다고
느낀 적은?

이석우) 오디오 장사하면서 성의껏 인간적으로 오디오 조언을 했는데 장사로만 볼 때.
오디오에 돈이 개입되면 젤 기분이 나쁘다. 나는 오디오 얘기하는 데 상대방은 돈 얘기 할 때.

(인터뷰 사이에 오디오 매칭에 대한 문의전화, 무려 20분 통화. 으~~~) 영자) 오디오 문화, 전반에 만연된 안 좋은 면 3가지만 든다면? 이석우) 첫째, 오디오를 유가증권으로 여기는 것(물론 현금화하기 쉽지만…) 둘째, 자기 시스템을 능력으로 보지 않고 얼마짜리로 보는 것 셋째, 자기가 가진 시스템에 정을 못 주는 것(남의 말에 흔들리는) 영자) 오디오 하면서 나쁜 버릇이 있다면? 이석우) 나쁜 오디오는 참는데 녹음 잘 못된 CD는 못 참는다. 얼마를 주고 샀더라도 바로 버린다. 더 나쁜 것은 음악을 듣는 것만 듣는데 그것도 시스템 평가만 하곤 끝이다.

영자) 오디오 잡지는 보는 가?

이석우) 거의 다 본다. 신제품 코너? 리뷰? 광고 순으로.

영자) 여자와 오디오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이석우)

1. 처음 만났을 땐 다 예쁘다.

2. 가꾸기 나름이라는 것

3. 돈이 많이 든다.

4. 남들이 잘났다고 하니 진짜 잘 났는 줄 안다.

5.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과 속에 꿍꿍 앓는 말은 진짜 못한다.(접대용멘트 필수)

6. 어디가 좋으냐고 물으면 항상 두리뭉실한 대답이 나온다.

7. 돌아서면 새로운 걸 찾는다.

8. 일단 보면 벗긴다.

9. 내 맘에 쏙 드는 게 없다. 하루만 지나면 한 두 개씩 흠이 보인다.

10. 알고 나면 흥미 없다.

영자) 흐흐흐

도의 경지에 도달하셨군요. 도를 믿쑵니까?^^

영자) 금강전자 홈 페이지와 금강전자를
평가한다면?

이석우) 장점은 유저프랜드가 잘 구축이 되어있다는 것과 본질은 광고인데 뒤에 숨어 있는
점, 유저들과 친밀도가 높다는 점이다.

단점은 눈에 확 들어오질 않아 온 게시판을 뒤져보게 되는 것과 유저들에게 유혹하는 그 무엇이 약하다.

두 분 고사장님들은 물건을 팔려는 의지가 안보여서 좋고 얘길 하다보면 사람에게 끌리는
점이 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걸 책임져주는 느낌이 들고 믿음이 간다. 용산점의 경우는 기기들이 산재되어 있어 한참을
들여다 봐야 기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밖에서 들여다봐도 유혹하는 기기들이 잘 보이질 않는다.

영자) 이 글 읽으시는 용산주인장님은 각성하세요.^^

-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달변가다. 자기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을 하고 자신이 아는 오디오 지식을 하나라도
더 지인들에게 가리켜 줄려고 애쓰는 따뜻하면서도 합리적인 면모가 보이지만 경상도 남자 기질이 어디 가랴! 명분에 배팅을
하고 사람 좋아하고 자존심이 무척 강한 사람이다. 그러면서 틈만 나면 어디로 내빼고 싶은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다.

그래서 그가 밉게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