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물질은 원자들로 구성되는데 단결정 금속인 경우 원자들의 배열이 주기적으로 3차원적으로 배열하면서 완벽한 구조를 이룹니다. 지금까지 선재의 발전은 먼저 재료의 순도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여 선재의 특성을 좋게 만들어오다가 결정립 내에 산소가 포함되지 않도록 고안된 OFC(Oxygen Free Copper: 무산소동선)를 개발하게 되었고 좀더 나아가 결정립들의 크기에 따른 신호전달의 변화를 관측하면서 결정립의 크기를 크게 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결정립이란 3차원적으로 결정을 이루는 영역으로 도메인이라 부르고 결정립의 크기는 도메인의 크기를 나타내는데 이러한 도메인의 경계부분에서 많은 전자들이 산란을 일으키며 이러한 산란은 신호의 노이즈로 연결되어 우리가 듣는 음악에서 잡음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러한 노이즈를 없애기 위해 결정립의 크기를 크게 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완벽한 구조를 가지는 단결정 케이블을 만들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것이 OCC(Ohno Continuous Casting)입니다. 이 케이블은 단결정으로 원자의 정렬을 이루어 내려고 노력했지만, 3차원적인 정렬을 이루어 내지 못하였고 한쪽 방향으로 정렬하도록 만들었지만, 결정성을 나타내는 측도는 반치폭(FWHM-Full Width Half Maximum)이 일반 단결정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고 다른 방향으로는 단결정의 형태가 아닌 다결정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엠씨랩(MCLab)에서 개발한 단결정 케이블은 OCC보다 FWHM이 더 작으며 3차원 배열 모두 단결정을 보입니다.”
이상의 내용은 부산대학교 나노과학 기술학부 교수팀이 교내에서 설립한 벤처회사인 엠씨랩에서 내놓고 있는 케이블에 채용하고 있는 단결정 선재에 대한 설명이다.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까닭에, 어설프게 아는 척을 하는 것보다는 엠씨랩의 주장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들이 제공한 보도 자료를 그대로 인용했는데, 내용이 다소 길어진 것에 대해서는 독자 제현의 양해를 구하고 싶다. 그러나 내친 김에 이들의 주장을 좀더 들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결정은 결정 중에서도 덩어리 전체가 하나의 방향으로 완벽하게 정렬된 상태를 말합니다. …(중략)… 단결정에서는 저항도 물론 낮지만 규칙적인 전자의 이동이 이루어져서 매우 정확한 신호 전달이 가능합니다. 현재 MCLab에서 개발한 단결정 케이블은 Czochralski 법으로 성장된 지름 70mm 길이 60mm 크기의 단결정 구리를 사용하여 가공한 단결정 케이블입니다. …(중략)… OCC 케이블은 단결정으로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보니 단결정 흉내를 낸 것이고 Czochralski 법으로 성장한 단결정은 완벽한 단결정(single crystal)입니다.”
이상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초크랄스키 법으로 성장한 ‘완벽한 단결정’ 소재를 채용하고 있는 엠씨랩의 케이블은 관련 학계에서 거둔 최신 연구·개발 성과를 오디오 분야에 적용한 셈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필자의 입장에서 더 이상의 설명을 덧붙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결정 소재를 채용한 케이블이 실제 음향에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과학 기술의 영역에서 감성의 영역 또는 미학의 영역으로 관점과 차원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에 필자는 솔리톤에서 내놓고 있는 인터커넥트 두 종을 시청했다. 단결정 구리를 선재로 채용한 CI-11과 단결정 은을 채용한 SI-11 등의 인터커넥트가 그것이다. WBT 단자를 채용한 이들 케이블에 대한 시청 결과부터 제시한다면, 이들 케이블은 기대한 것 이상의 능력과 특성을 보여 주었으며, 사용한 선재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을 드러내고 있는 까닭에, 애호가들의 다양한 음향 취향에도 폭넓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을 보여 주었다.
앞으로 좀더 다양한 시스템에 접속하여 이들 케이블의 능력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시청 작업을 진행하면서 필자는 단결정 선재를 채용한 케이블에 대하여 애호가들이 앞으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시청 작업을 위하여 필자는 익스포저의 2010S CD 플레이어·파이널의 뮤직-3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저스의 LS7 스피커 등으로 레퍼런스 시스템을 구성하고, 스피커 케이블로는 카다스의 크로스링크 8X를 사용하였다. 이들 기기 가운데 로저스의 LS7은 최근 필자가 레퍼런스로 영입한 스피커이다.
이번 시청에서 이들 인터커넥트는 어떤 음향을 들려주었는가? 먼저 단결정 구리를 선재로 채용한 CI-11부터 살펴보면, 이 인터커넥트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강력한 집중력과 긴장감이 실려 있는 확고한 중음역을 중심으로 하여 펼쳐지는 탄력 넘치는 음향 조형 능력이었다. 예리함과 부드러움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음향 윤곽, 단단한 음향 몸체, 각 악기의 위치를 정확하게 제시하는 정위, 지나치게 밝아지거나 어두워지지 않고 불필요하게 선명해지거나 혼탁해지지 않는 명도와 해상도, 음악의 흐름에 추진력을 실어 올리는 긴박한 템포와 탄력 넘치는 리듬, 지속성과 유연성을 겸비한 선율선과 명료한 다이내믹 등을 입체감과 생동감이 흘러넘치는 음향으로 연출하는 모습을 CI-11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관점에 따라서는 저음역에 실린 긴장감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음악 표현의 중심대역에서 CI-11이 보여 주는 강력한 집중력과 군더더기 없는 말끔한 음향 조형 능력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특성은 CI-11의 단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점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단결정 은을 선재로 채용한 SI-11은 스케일이 큰 투명한 음향 무대 속에 예리하게 다듬어진 선율선, 단단한 음향 몸체, 명료한 다이내믹과 색채 표현 등을 세련미 넘치는 음향으로 통합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음향의 무게중심이 중저음역 쪽으로 내려가고, 발성의 관점으로 보면 발산보다는 수렴 성향이 강하지만, SI-11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특성은 음악 표현에 생동감과 생생함을 실어 올리는 광채가 번뜩이는 고음역과 악기의 질감·중량감을 명료하게 제시하는 저음역이다. 이럴 때 음향 이미지의 수평정위와 심도 표현이 한층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음악의 관점으로 보면 이들 특성 덕분으로 음악의 표정이 한층 명료해지고 화려해지며 투명해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관점과 취향에 따라서는 특성 중심의 음향을 지향한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하이엔드 케이블과 비교해 보면, SI-11이 보여 주는 특성은 과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이상에서 부산대학교 나노과학 기술학부 교수팀이 교내에서 설립한 벤처회사인 엠씨랩에서 내놓은 CI-11과 SI-11 등 두 종의 인터커넥트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시청 작업을 마칠 즈음 필자와 이루어진 전화 통화에서 최근 엠씨랩에서는 WBT 단자 대신 자체에서 개발한 단자를 채용한 인터커넥트를 선보일 예정이며, 새로운 케이블은 기존의 제품보다 훨씬 나은 면모를 보여 준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당시 통화에서 필자는 새로운 제품도 한시 바삐 시청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엠씨랩 측에 전했다. [박성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