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려하게 펼쳐지는 혼 스피커의 진면모 - Avantgarde Primo
슈베르트의 송어에서 현과 피아노의 힘 균형은 최고에 가까웠다. 현란한 피아노 둘레로 겹겹이 감싸 도는 현들 또한 조금도 다르지 않게 역시 현란했다. 또한 피아노와 현의 밸런스는 민첩하고 때로는 거칠게 솟구쳤다가 다시 유영하는 몸짓을 해대는 송어의 습성을 영상만큼이나 리얼하게 그려낸다.
서울산업대학교 명예교수 조영철

최근 아방가르드 스피커에 흥미를 느끼고 있던 중 마침 프리모를 청취할 기회가 생겼다. 이 모델은 국내에 수입된 독일 아방가르드의 플래그십 다음인 두 번째 제품이다. 시중의 대형 스피커들과 비슷한 크기의 프리모는 직사각형 몸체에 정원형 혼이 결합되어 포스트 모던적인 스타일로 동시대인들 모두가 현대•감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미적 요소가 엿보이는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육중하지만(180kg) 전혀 무겁지 않게 느껴지는 몸체와 혼의 마감을 자세히 살펴보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완벽했다.
프리모의 매칭은 진공관 프리앰프 호블랜드 HP-100, 진공관 파워 앰프 호블랜드 사파이어, dCS 엘가 플러스 (1394) D/A 컨버터, dCS 베르디 앙코르(1394) 트랜스포트, 타라 랩스 스펙트럼 3A와 옴니 3 케이블, 그리고 국산 고가(200만원대)의 디지털 케이블로 이루어졌다.
휴대해온 CD 10여장을 쌓인 대로 들어본다. 먼저 보컬로 소프라노 신영옥의 음반을 걸어본다. 도니체티의 오페라 루치아 중 ‘광란의 장면’은 처음부터 예상을 넘는다. 듣기 좋은 홀톤 속에 뻗침의 고역은 콘트라베이스 배경에서 또렷하게 살아난다. 특히 합주 속에서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입속에서 돌아 나오는 소리 울림은 마치 관목 숲속에서 기어나오는 가히 백사의 자태이다. 초고역은 결코 거칠거나 깨지지 않고 정녕 순연했다.
오페라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마을 최고의 이발사'에서는 코믹 오페라의 대표작답게 테너의 역할이 확실했다. 1시 방향에서 우뚝한 테너와 좌우측 스트링들 사이로 목•금관 악기들과의 적정한 배음은 몇 가닥의 삼줄을 꼰 다음 그것들을 모아 다시 굵게 꼬아낸 마치 삼통줄 같다. 그러나 이는 강철선들을 권선해 만들어낸 강삭과는 아주 다른 질감이었다. 다시 말해서 삼줄들 하나하나가 모여 튼실하고 둔탁하지만 묵직한 질감은 잘 휘어지지도 않는 철강선의 뻣뻣하고 여유라고는 전혀 없는 질감과 크게 차이가 났다. 이 같은 배경에서 테너의 들뜬 감정이 찬 수다로 떠버리는 피가로가 의기양양하게 등장한다.
이번은 슈베르트. 에밀 길렐스 지휘에 아마데우스 쿼텟의 피아노를 위한 5중주이다. 지금까지 혼형 스피커라는 선입관으로 주로 보컬과 재즈 쪽으로 CD를 준비했기에 필자가 미처 준비 못한 실내악 또한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곧바로 K사장에게 실내악 한 장을 주문했는데 바로 ‘송어’였다. 이 송어에서 무엇보다도 현과 피아노의 힘 균형은 최고에 가까웠다. 현란한 피아노 둘레로 겹겹이 감싸 도는 현들 또한 조금도 다르지 않게 역시 현란했다. 또한 피아노와 현의 밸런스는 민첩하고 때로는 거칠게 솟구쳤다가 다시 유영하는 몸짓을 해대는 송어의 습성을 영상만큼이나 리얼하게 그려낸다.
피에르 푸르니에는 고요한 품격과 당당함으로 정평이 나 있는 첼리스트이다. 모든 오케스트레이션과 독주현의 협주는 그 현의 소리가 자칫 묻히는 약점이 있기도 해서 서로의 절대균형을 무엇보다도 최우선으로 한다고 한다.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의 피날레에서 총주의 시작과 이어지는 첼로의 협주는 압권이었다. 첼로와 총주와의 상호 대응되는 조화는 과연 프리모의 진면목인 것 같다. 보컬만 기대했는데, 대편성에서도 프리모는 조금도 피곤함을 느끼게 하거나 편식 하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다시 보컬쪽을 들어본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제랄드 무어의 피아노 ‘Gute Nacht’에서는 한스 호터가 왜 오늘날까지도 사랑받는 바리톤인지 새삼 깨닫게 한다. 프리모는 그를 있는 그대로 그리고 번잡하거나 거슬림을 여과시켜 내면서 한스 호터만을 떠받든다. 그만큼 호터의 보컬이 프리모의 훌륭한 직진성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같은 보컬을 종일 들어도 피곤하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재현해내는 것이 바로 프리모의 색채임을 알 수 있다.
프리모에서 들려준 브람스는 피아노 소나타답지 않게 마치 베토벤 교향곡 ‘운명’처럼 웅건하고 웅비한 감흥으로 와 닿는다. 그리고 ‘운명’과 상대적으로 결코 약략하지 않게 느껴진다. 필자는 프리모를 통해 브람스가 심연하고 심오한 음악가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더욱 좋아진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내내 브람스 판을 걸어 본다.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BWV1041) 1악장에서 바이올린의 시작은 이른 아침의 소나기 같다. 그러다가 점점 온천지가 쇠붙이 따위에 맞부딪쳐대면서 내는 소리같이 댕강댕강거린다. 곧이어 이내 스산해지기까지 했다. 원래 이 곡이 그러하다고 하지만 프리모는 더욱더 적나라하게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이 같은 점이 이 곡의 특징일 것이라는 것은 순전히 필자의 생각일 뿐이다. 원래 원전악기군을 위한 곡을 현대악기로 연주한 탓도 있으리라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니면 프리모 특성이 중간에서 약간 위쪽으로 솟는 경향 탓도 있으리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계속 이어진 BWV1043, 1060에서도 이런 특성이 마찬가지임은 분명 곡들의 특성이 아니겠는가로 결론지었다.

모랄레스(Morales)의 조르디 사발 지휘, 카탈루냐 왕립합창단에 의한 ‘죽은 자를 위한 기도와 미사’에서는 새로운 소리가 들린다. 교회의 홀톤으로 보컬들은 대개 보컬이 연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러난 듯한 느낌이거나 아니면 보컬을 돋보이게 하는데 여기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다성음 보컬이 연주와 한 몸인 양 동시에 연주장에 꽉 차는 느낌은 녹음 탓만은 아닐 것이고 분명 프리모의 색채이다. 모랄레스가 폴리포니 즉 다성 음악의 대가다움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 레퀴엠은 죽음과 연관 지어 볼 때 매우 어두운 쪽일 텐데도 모랄레스가 그렇게 거룩하게 만든 역작을 프리모는 한걸음 나아가 걸작으로 표출시켜 낸다.
필자가 즐겁게 듣는 곡 중에 하나인 멘델스존의 비올라 소나타에서 현이 흐느적거리면서도 흥얼대는 것 같은 부분은 필자의 그랜드 슬램 X에서의 소리와는 전혀 다른 묘미를 자아낸다. 필자의 시스템에서는 마치 어리광스럽기도 한 소리가 프리모에서는 아주 다소곳하게 들리는 것은 다소 의외였다. 오디오 초창기 시대 배경은 보컬과 실내악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유난히 혼형 스피커가 많았다. 이는 필시 혼형이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끝으로 저역 테스트판인 쉐필드 랩 ‘드럼 & 트랙’과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에서 중저역을 테스트했다. 환상 교향곡에서 절대적 양감으로 작용해야 하는 퍼커션은 마치 온•냉탕을 넘나드는 약관의 힘으로 가히 장관이라 할 만한 소리였다. ‘드럼 & 트랙’ 판 중 ‘Drum Improvisation’에서 드럼의 중저역은 옹골차다 못해 어느 대형 스피커들과도 필적 수준을 넘고도 남게 느껴진다.
이제 결론을 지어본다. 아방가르드 프리모의 전체적 성향은 중 간에서 약간의 위쪽으로 솟는 듯하다고 앞서 말한 바와 같다. 그러나 이점은 필자와 같이 노년기에 접어들었다거나, 화려한 고역쪽을 선호하는 경향의 젊은 층에게도 안성 맞춤인 장점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필자는 국내에 수입 예정인 아방가르드사의 플래그십 모델인 거함 트리오 클래시코에 기대를 걸어 본다. 5년 주기 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필자도 지금 시스템으로 7, 8년을 조용했는데 아무래도 아방가르드의 거함을 반려삼고 싶어져 벌써부터 잔잔한 흥분이 인다.
•사용유닛 : 베이스 30cm, 혼 미드레인지 67cm, 혼 트위터 18cm •재생주파수대역 : 170Hz-20kHz(새틀라이트), 20-350Hz(베이스) •출력음압레벨 : 107dB •크기(WHD) : 67 x 180 x 65cm •무게 : 180kg
연락처 : 02-3465-0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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